"내 돈 훔쳤지" 10대 아들 절도 의심해 5시간 폭행한 엄마

재판부, 벌금 300만원에 집유 2년 선고
"우울증 치료 전력과 건강 나쁜 점 고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집에서 훔친 돈을 내놓으라며 10대 아들을 나무 주걱으로 5시간 동안 때린 50대 어머니가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1단독 김이슬 판사는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혐의로 기소된 A씨(58)에게 벌금 300만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더불어 김 판사는 A씨에게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A씨는 작년 2월 1일 오전 5시쯤 인천시 남동구 주거지에서 보관해 둔 현금이 없어졌다며 자고 있던 아들 B군(14)을 깨워 나무 주걱으로 온몸을 무작위로 5시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훔쳐 간 돈을 내놔라, 이실직고해라"고 아들을 추궁한 것으로 밝혀졌다.

B군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엄마가 '돈을 가져가 놓고 오리발 내민다', '이실직고 안 한다'면서 종아리를 때릴 때 그냥 살고 싶지 않았다. 왜 이렇게 맞으면서 살아야 하는지"라고 진술했다. 그는 또 "엄마에게 내가 손가락이라도 자르면 훔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해줄 거냐고 말했으나, 엄마는 '자를 거라면 내가 잘라야 한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혼자서 아이를 돌보면서도 양육 책임을 방기하지 않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정성을 쏟아 온 것으로 보이는 점과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전력,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