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대구·광주…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들썩'
입력
수정
지면A34
박수근미술관 관람객 몰리자강원 양구 박수근미술관은 지난 5월부터 ‘한가한 봄날, 고향으로 돌아온 아기 업은 소녀’ 전시를 열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박수근의 작품 18점 등을 소개하는 특별전이다. 5~6월 두 달간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은 9000명 이상. 전국 각지에서 관람객이 찾아오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5170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박수근리'로 마을이름 바꾸자"
서울 국립박물관 등 21일 개막
미술관이 있는 양구읍 정림1리 주민들은 아예 마을 이름을 ‘박수근마을리’로 바꿀 계획이다. 급증한 관람객 덕분에 인근 식당가 등 지역 상권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했고, 이번 기회에 조용한 산골 마을을 예술에 특화된 관광지로 변신시키겠다는 복안이다.‘이건희 컬렉션’을 기증받은 지역 미술관이 하나둘씩 특별전을 열기 시작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뜨거운 관람 열풍이 불고 있다. 대구미술관은 지난달 29일 이건희 컬렉션 기증품 21점을 전시하는 특별전 ‘웰컴 홈: 향연(饗宴)’을 시작한 지 보름여 만에 관람객 1만 명을 돌파했다. 평소의 4~5배가량 관람객이 늘면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하루 1500명으로 제한된 관람 인원을 거의 매일 꽉 채웠다. 전체 관람객 중 18%가량은 서울과 경기 등 다른 지역에서 찾아왔다.
이번 기증으로 미술관 소장품의 ‘빠진 퍼즐’이 맞춰져 전시의 완성도가 높아진 것도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데 한몫했다. 이번 전시에는 대구미술관이 기존에 소장한 이인성 작품 7점에 더해 기증받은 7점이 함께 걸려 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됐다. 경북 울진 출신인 추상화 대가 유영국의 작품도 5점이 걸렸다. 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관에 유영국 작품이 한 점도 없었는데 기증 덕분에 작가의 전성기 작품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개막한 광주시립미술관의 ‘아름다운 유산-이건희 컬렉션 그림으로 만난 인연’ 전시도 관람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전시장에는 김환기·오지호·이응노·이중섭·임직순 작가의 작품 30점 등이 걸렸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건희 컬렉션을 보려는 관람객이 급증하면서 하루 300명으로 제한했던 입장객을 지난 5일부터 480명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오는 21일에는 기증품의 대부분이 몰려 있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특별 공개전’을 동시에 개막하면서 관람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선 ‘정선 필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유물 70여 점이 소개되고, 국립현대미술관에는 김환기·박수근·이중섭 등의 한국 근대미술 대표작 60여 점이 걸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