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상품 직접 팔아주세요"…소비자에 맡기는 마케팅 뜬다

지인·팔로어가 사면 인센티브
소비자·판매자 경계 허물어

스타일씨, 1분기에 1년치 판매
투썸, 텀블러 캠페인에 활용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씨엔 일반 쇼핑몰과 다른 점이 있다. 제품마다 ‘구매하기’ 버튼 옆에 ‘판매하기’ 버튼이 나란히 붙어 있다. 소비자가 판매하기를 누르면 전용 링크가 생성되고, 이 주소를 통해 판매가 이뤄지면 소비자에게 상품 판매액의 5~10%를 떼어준다. 예컨대 친구가 좋아할 만한 티셔츠의 링크 페이지를 카카오톡으로 보내 친구가 최종 구매하면 돈을 벌게 된다. 소비자가 판매자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판매자(셀러)와 소비자의 경계를 허문 쇼핑 플랫폼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기존 기업 및 판매자의 고유 영역이던 홍보·영업에 직접 나서 실적에 따라 보상을 받는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이 확산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 활용 마케팅 봇물

스타일씨는 7년간 마케팅 회사를 운영했던 박재범 대표가 지난해 창업한 온라인 쇼핑몰이다. 박 대표는 2019년 삼성전자로부터 공식 홈페이지인 삼성닷컴의 소비자 유입을 늘려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고민 끝에 스타일씨와 비슷한 방식을 적용했더니 곧바로 매출이 늘었다. 박 대표는 일반 소비자 마케팅을 접목한 쇼핑 플랫폼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스타일씨 창업에 나섰다.

스타일씨의 구매 전환율(상품 클릭 대비 구매 비율)은 10%를 웃돈다. 기존 쇼핑몰의 구매 전환율(1~2%)보다 훨씬 높다.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홍보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지인 및 소셜미디어 팔로어를 대상으로 마케팅하기 때문이다. 홍보 범위를 최대한 줄여 적중률을 높이는 ‘마이크로 마케팅’이다.스타일씨의 올해 1분기 매출은 60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과 맞먹는 수치다. 올해 전체 매출은 300억원 이상으로 지난해보다 다섯 배 넘게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상품 판매뿐 아니라 기업 홍보에 일반 소비자를 활용하는 마케팅도 등장했다. 개인 목표 달성 플랫폼 ‘챌린저스’를 활용한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챌린저스는 개인이 소액을 걸고 ‘1주일간 하루에 책 50페이지 읽기’ 등 목표를 달성한 뒤 인증하면 보상해주는 플랫폼이다.

최근엔 기업들이 이 플랫폼을 이용하는 개인들을 활용한 제품 홍보에 나섰다.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자사 텀블러를 활용한 일회용품 줄이기 미션에 참여하면 상금을 주는 캠페인을 열었다.

부수입 올리는 ‘긱 이코노미’ 일종

스타일씨와 챌린저스 등의 플랫폼 이용자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잘하면 쏠쏠한 부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일씨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한 달간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한 사람)는 130만 명 수준으로 마켓컬리 등 주요 e커머스 업체와 맞먹는다.

일종의 ‘긱 이코노미(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일하는 노동 형태)’란 해석도 나온다. 우버 기사로 대표되는 긱 이코노미가 국내 커머스 영역에서 홍보·마케팅을 대신해주는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표는 “팔로어가 많은 메가 인플루언서가 아닌데도 월 300만원 정도 수익을 얻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