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고집하면 전력 설비 450兆 더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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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前 한수원 기술본부장의 설비투자비 분석
文정부 탈원전 지속시 1394兆 vs 계속 가동시 941兆
발전효율 높은 원전 비중 줄이면 국민 부담만 가중
이는 이종호 전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본부장(현 한수원 중앙연구원 시니어전문)이 작성한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전력공급 시나리오 분석’에 담겼다.이 전 본부장은 △탈원전이 계속 추진될 경우(시나리오1) △현재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건설 중인 원전을 가동하는 경우(시나리오2) △원전 비중을 50%로 높이는 경우(시나리오3) 등 세 가지 시나리오로 설비투자 비용을 산출했다.
탈원전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운영비용(발전비용)도 매년 상당히 차이 난다. 이 전 본부장은 2050년께 연간 발전비용으로 시나리오1에서 166조6000억원, 시나리오2는 137조원, 시나리오3에선 104조1000억원 들 것으로 예측했다. 시나리오1과 2의 차이가 3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얘기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전력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수백조원 차이 난다”며 “이는 다 국민이 부담해야 할 돈인데 사회적 논의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탈원전 땐 발전비용 年166조…전기료 부담 3배 ↑"
"탈원전 비용 국민 공론화 필요…에너지 전환 계획 새롭게 해야"
문재인 정부가 내건 탈원전 정책이 그대로 진행되면 2050년 원전 설비는 12.4GW가 되며 원전 비중은 13%로 줄어든다. 반면 태양광 발전설비는 542GW까지 늘려야 하고, 전체 발전량의 59%를 충당해야 한다는 게 이종호 전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본부장(사진)의 진단이다. 이때 태양광(769조4000억원), 에너지저장장치(ESS·420조2000억원) 등 설비 투자비로 총 1394조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할 전망이다.연간 발전비용도 원전 비중에 반비례한다. 탈원전을 가정한 시나리오 1에서는 발전비용이 연 166조6000억원으로 계산됐다. 태양광과 풍력, ESS 등 신재생 운영 비용에 약 143조원 들어간 영향이 컸다.
태양광은 낮에 잉여전력을 만들기 때문에 이를 야간에 사용하기 위해선 ESS 비용이 추가로 필요하다. 2019년 기준 운영비 51조원과 비교하면 세 배나 늘어나는 셈이다.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시나리오2와 비교해도 2050년에 연간 약 30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연간 한국전력의 전기료 총수입인 55조~60조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다.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전기료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 전 본부장은 “송변전 설비 등을 고려하면 비용은 훨씬 더 늘어난다”며 “발전비용 증가는 그만큼 전기료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인데, 지금보다 최소 2~3배의 인상 요인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증설 계획도 엉터리라는 지적이 많다. 탄소중립위원회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초안)’에 따르면 정부는 2050년 발전량을 1235TWh로 잡고 있다. 이 가운데 752TWh를 태양광과 풍력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때 필요한 발전설비는 510GW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한국에너지공단이 발표한 ‘2020 에너지백서’에 따르면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국내에서 최대로 공급할 수 있는 ‘시장 잠재량’은 434GW에 불과하다.
이 전 본부장은 “엉터리 같은 탈원전 정책을 바로잡고 비용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라며 “탈원전으로 오해된 에너지 전환 계획의 개념 정의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나와 1984년 한국전력에 입사한 뒤 주로 원자력정책과 기술개발, 기획 분야에서 일했다. 한수원에선 기술기획처장, 중앙연구원장, 기술본부장 등을 지냈다. 현재 중앙연구원에서 임금피크에 들어가 시니어전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