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근영의 메타버스와 암호화폐 이야기] 정부가 잘못된 길로 가면 국민이 나서야한다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자신을 편의점 사장, 매니저의 지인이라고 속여 아르바이트생들로부터 돈을 뜯어낸 40대 남성이 구속됐다. 사진과 기사는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대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김재윤씨는 며칠 전 국회 토론회에 참석하여 왜 젊은이들이 암호화폐 투자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우선 젊은이들은 무엇보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전통자산에 투자할 자본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유동성 폭증 결과 시중에는 2,000조원에 달하는 유동자금이 넘쳐나고 자산 인플레이션은 이미 현실화 되어 내 집 마련이나 결혼은 물려받은 유산이 없는 젊은이에겐 꿈이 되어버린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내몰린 대다수 젊은이들은 신분 상승을 위해 법에 저촉되지 않는 짓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이런 상황에서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며 운 좋으면 10배 100배가 가능한 가상자산 투자는 누구나 손쉽게 접근 할 수 있으며 기성세대는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아 디지털 자산 투자에 어려움을 느끼지만 오래전부터 게임 아이템 사고 파는데 익숙한 젊은이들은 암호화폐에 오히려 친근감까지 느낀다.

그들에게 탈중앙화, 탈국가화는 투자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라고 한다.법적으로 하자가 없고 수익을 낼 수 있으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누구나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투자 세계가 널려 있는데 이를 마다할 수가 있느냐고 반문하고 싶다고 한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암호화폐(가상자산)에 대한 발언은 젊은이들의 입장에서는 고리타분한 꼰대의 헛소리로 들릴 뿐, 아예 감흥조차 없으며 이미 고착화된 경제계급사회에서 청년들은 돌파구를 찾지 말고 그냥 그대로 살라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일축한다.

더구나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젊은이들은 해당 암호화폐에 어떤 VC가 투자했는지를 중시하면서 Messari, Delphi Digital, The Block Research 등 해외 분석 기관의 분석보고서까지 참고하며 철저한 공부를 한 후에 투자를 하고 있고 영어에 능숙하며 이미 사고방식은 글로벌화되어 있기에 암호화폐 세상에 뛰어들 때 한국이라는 울타리는 이미 의미가 없다고 한다.이런 현실을 이해조차 못하는 정부는 온갖 강한 규제를 꺼내 들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정부의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해 제대로 된 분석기관도 없으며 새롭게 부상하는 디지털 금융 시장의 선점을 통한 금융 후진국을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날려 버렸다고 일갈 한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거래소에 상장된 알트코인 수가 많은 게 문제가 아니며 상장 코인의 기술적 요소 및 사업성과 투명성 그리고 미래 지향성 등에 대하여 분석할 기관도 전문가도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어떤 코인이 사기인지 아닌지는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으며 정부가 할 일은 의도적으로 사기를 치는 사기꾼을 잡아내는 것이 할 일이지, 거래소를 폐쇄하거나 상장을 의도적으로 막는 것이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고 지적 했다.이러한 김재윤씨의 주장에 필자 역시 애당초 미국처럼 금융 당국에서 나서서 증권형 코인에 대한 거래소 상장을 엄격하게 규제하겠다고 경고라도 했다면 우리나라 암호화폐 시장이 이렇게 다단계 사기꾼들이 넘쳐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정부가 아예 암호화폐 투기판을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알트코인의 거래소 상장을 관리하지 않아도 거래의 투명성을 관리할 수 있었고 현재 정부는 중앙화 된 거래소만을 규제하려고 하는데 향후 중앙화 된 거래소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또한 지난 4월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에서 “가상자산 투자자는 투자자라 할 수 없다. 국민들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얘기해줘야 된다. 9월까지 신고하지 않으면 거래소는 모두 폐쇄될 수 있다”는 발언으로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고 지난 8일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에 제공했던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 방안'을 공개했는데 거래고객 국가와 업종, 상장 코인의 신용도,거래소의 평판, 재무정보,내부통제 등이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 여부의 주요 잣대라고 발표했다.

이는 가상자산 거래 과정에서 자금세탁, 테러자금 조달을 사전에 차단하고 국제사회의 금융 제재를 준수하고자 은행권이 마련한 장치다.

이를 바탕으로 거래소에 대한 위험등급을 산정한 종합평가를 거쳐 거래거절, 조건부 거래승인, 거래승인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자료공개 후 4대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의 기준은 4대 거래소 입장에서도 당혹스러운 기준으로 여타 거래소 입장에서는 엄청난 벽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애초 은행연합회는 정부의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눈치 볼 수밖에 없기에 아주 엄격한 잣대를 들이 댈 수밖에 없었고 해당기준은 중소 거래소의 생존 가능성을 대폭 낮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실명계좌 허가여부 검증작업에 착수했는데 바뀐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인증 받지 못한 거래소는 사실상 퇴출될 것이며, 빗썸 업비트 등 이미 실명계좌를 받은 4대 거래소외 나머지 거래소는 실명계좌 실사를 요청 할 은행조차 찾지 못하고 있어 퇴출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금융위와 은행, 거래소 간 입장차가 너무 커서 끝내 실명 계좌 발급에 실패하는 거래소의 대거 폐업 가능성이 커졌다.

필자는 이렇게 잘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가상자산 거래소 선별과정을 살펴보며 그리스 신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생각났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아티카의 강도로 아테네 교외 언덕에서 강도질을 했다. 그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있는데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누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려 죽였다고 한다.

그 침대에는 길이를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장치가 있어 그 누구도 침대에 키가 딱 들어맞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는데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은 자기 생각에 맞추어 남의 생각을 뜯어 고치려는 행위,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횡포를 의미한다.

금융위의 입장은 단호하다.

거래고객 국가와 업종, 상장 코인 신용도, 거래소 평판, 재무정보, 내부통제 등 가상자산 거래소의 은행 실명계좌 발급 여부에 '평판'이라는 자의적인 평가가 개입될 수 있는 엄격한(?) 기준으로 거래소를 허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다수 가상자산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4대 거래소를 포함, 국내 모든 거래소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잘 알고 있다.

어느 거래소가 상장 뒷돈을 받았는지? 어느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이 마켓메이킹과 불법 다단계에 연루되어 있는지, 거래소 관계자가 누구인지까지 모두 알고 있다.

결국 4대 거래소나 여타 거래소나 엄격한 금융산업 자격 여부 선별에 동일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업비트, 빗썸은 최우선으로 탈락시켜야 마땅하며 이를 포함한 모든 거래소의 자격 미달은 누가 봐도 자명하기에 차라리 모든 거래소를 허가하지 않겠다면 수긍할 수 있겠다.

그리고 상장된 가상자산 회사의 재무구조 기준도 이해가 안 된다.

기술특례 상장 기준은 무엇이며 수천억 적자를 내고 있는 바이오 회사는 왜 상장이 허가 되고 있는가.

아직 여물지도 않은 초기 산업의 생태계 싹을 잘라버리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기준은 이제 거의 천만명에 육박하는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필자는 정부가 전 세계 암호화폐가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근거를 제시한다면 정부 정책에 적극 동조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미국의 경우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으로 기업가치 100조를 달성했으며 최근 페이스북이 자체 암호화폐 디엠(Diem)을 미국의 실버게이트 은행이 발행하기로 결정하는 등 이미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체 플랫폼에서 교환 및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암호화폐 산업은 이미 세계적으로 새로운 산업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 명백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암호화폐 산업 스타트업 전체를 없애려 한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금융위의 근시안적인 현 정책 기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또한 거래소 실명계좌 정책 역시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미 실명 계좌를 받은 기득권자만 사업을 허가해 주겠다면 새로운 기술로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한 거래소 사업을 꿈꿀 스타트업이 나타날 수 있겠는가.

미국에는 100개 가까운 거래소가 있고 공산국가인 중국에도 4대 거래소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한국거래소(KRX) 홀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라 한국은 한 때 금융 경쟁력 세계 86위로 평가되기도 했다.

조만간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가 한국에 진출하려 할 때, 무슨 기준으로 허용할 것이며 또 해외 거래소에 이미 상장된 코인의 재무구조를 이유로 거절할 수 있을까?

이해가 안 된다.

거기에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이 80%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정부는 친 독과점 정책을 선호하는 듯 행동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짜여진 각본대로 이미 실명계좌를 받은 4대 거래소만 허용하고 나머지 거래소에게 불공정한 평가기준을 적용, 퇴출된다면 필자는 물론 수많은 젊은이들이 촛불 들고 광화문으로 나갈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은 시장의 공정한 심판역할이지 기득권 세력의 전위부대 역할도 아니고 불공정한 편파판정은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불공정에 대한 민심의 힘을 확인하고 싶은가.
정부가 잘못된 길로 가면 국민들이 이야기 해줘야 한다.<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신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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