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제 물건 아니래요"…'신분' 바뀌는 반려동물

법무부 '동물권 강화' 민법 개정 예고

'동물은 물건 아니다'…법적지위 부여
타인이 동물 해치면 위자료 가능해져
화장 위주의 장례 문화도 다양화 전망

현행법상 동물 강제집행 대상이지만
국회 통과땐 '빨간 딱지' 못 붙일 듯
법무부가 19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한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서울 신내동 서울유기동물입양센터에서 입양 희망자가 강아지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물건’ 취급을 받고 있는 동물에게 별도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민법 개정안을 19일 입법예고했다. 현행 민법 제98조에 2항을 신설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넣기로 한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50만 명에 달한다. 설문조사에서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이 “동물과 물건은 다르다”고 답할 정도로 동물권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이런 실상에 맞춰 법 개정에 나섰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조계에선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동물 학대나 유기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기르는 동물이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다칠 경우 위자료를 받게 되는 등 실생활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과 예상되는 변화를 질의응답(Q&A) 형식으로 풀어봤다.
▷개정안이 지칭하는 ‘동물’의 범위는.

“살아 숨 쉬는 모든 동물을 가리킨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신경계통이 발달한 척추동물만을 동물로 보고 있다. 가재 등 갑각류, 지렁이 같은 절지동물, 곤충은 동물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번 개정안은 이것들을 모두 동물로 봐 ‘제3의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규정도 바뀌나.“시차를 두고 처벌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 학대 시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법원 판례를 보면 수십만~수백만원 벌금형에 그친 사례가 대부분이다. 앞으로는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동물 학대 처벌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반려동물이 죽거나 다치면 어떻게 되나.

“지금까지는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해 ‘재물손괴죄’를 적용해왔다. 그런 까닭에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고양이가 죽더라도 ‘시장거래액’ 정도만 보상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반려동물 주인이 정신적 피해보상, 즉 위자료를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런 방안을 법무부가 검토 중이다.”▷동물이 압류 등 강제집행 대상에서도 빠지나.

“반려동물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 금지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에 해당돼 가압류가 가능하다. 2018년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의 집행관이 반려동물을 압류해 처분한 사례가 있다.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를 찾아가 그의 강아지 두 마리에 ‘빨간 딱지’를 붙였다. 강아지들은 감정가대로 각각 15만원과 10만원의 가격이 책정돼 팔렸다.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사라질 것이다.”

▷개나 고양이를 유기하면 어떻게 되나.“시행령이 마련되고 판례가 쌓이면서 구체화할 것이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내다버릴 경우 처벌 수준은 행정질서벌인 과태료 300만원에서 형벌인 벌금형 300만원으로 지난 2월 바뀌었다. 동물 유기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민법상 동물에 고유의 지위가 부여되면 검찰과 법원에서도 보다 높은 구형과 형량을 내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남이 키우는 반려동물에게 물렸을 때 피해 배상을 받는 정도도 달라지나.

“이는 동물보호법상 맹견 관리에 관한 규정 등으로만 논의되고 있다.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동물의 사체는 어떻게 처리하게 되나.“현재 반려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합법적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생활폐기물로 분류해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동물병원에 맡겨 소각하는 방식이다. 동물장묘업체를 이용해 화장하는 방법도 있다.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땅에 묻는 건 불법이다. 법조계에선 동물이 법적으로 고유의 지위를 확보하게 되면 다른 방식의 사체 처리가 허용될 여지가 크다고 본다. 동물 장례 문화가 다양화할 것이란 얘기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