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중국의 과감함에 들썩인 영국

옥스퍼드-쑤저우, 케임브리지-난징 손잡아
英기초과학-韓응용기술 조합 만들어야

김종민 < 英 케임브리지대 전기공학과 교수 >
김종민
영국에서 하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5만4674명이 나왔다. 그래도 잉글랜드의 록다운이 7월 19일에 완전히 풀린다고 한다. 인구의 3분의 2 정도인 3500만 명 이상이 접종을 완료해 강력한 백신 ‘보호장벽’을 얻었다. 나이트클럽이 열리고 대형 행사도 인원 제한이 철폐됐다. 과학자 1200여 명은 영국의 규제 완화로 백신에 내성이 더 강한 변이균이 나올 수 있다고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런 와중에 지난 7월 11일 웸블리 축구장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6만여 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이탈리아-잉글랜드 유럽 컵 결승전이 열렸다. 1-1로 비긴 상태에서 마침내 치러진 승부차기. 잉글랜드의 유색인인 래시퍼드, 산초, 사카가 페널티킥을 연이어 실축하며 이탈리아에 지고 만다. 이 일로 과격해진 백인 축구 팬들의 인종차별 논란에 지난주 내내 온 영국이 시끄러웠다.이 결승전 중 휴대폰의 비보, 디스플레이의 하이센스, 네트워크의 틱톡, 블록체인의 앤트챔, 모바일페이의 알리페이 등 5개나 되는 중국 기업 광고가 시선을 압도했다. 과거 한국과 일본 기업의 광고는 다 사라지고, 3100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결승전에 저돌적으로 도전하는 중국 기업의 광고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국 학계도 중국의 과감함에 들썩였다. 옥스퍼드대 최초의 해외 연구소인 옥스퍼드-쑤저우 선단연구소(OSCAR)가 2018년 11월 22일 중국 쑤저우산업단지에 문을 열었다. 2만㎡ 공간에 쑤저우시가 5년간 1억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하고, 이 비용을 건물 및 첨단장비 구입, 연구인력 인건비, 직접 연구경비로 사용한다. 2015년 6월 바이오·화공학, 나노·응용소자, 환경·헬스 공동 연구를 위한 현지 실사가 이뤄지고, 2016년 12월 협력의향서를 체결, 2018년 11월 22일 OSCAR가 개원했다.

케임브리지대도 최초의 해외 연구소인 케임브리지-난징 기술혁신센터 기공식을 2019년 9월 11일 난징에서 했다. 지속성 있는 생활, 미래보건 시스템,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위한 센서 기반의 ‘스마트 시티’ 구현을 목표로 착수했다. 옥스퍼드 연구소와 비슷하게 처음 5년은 난징시가 총 1억달러(약 1200억원)를 연구비로 투입하고, 케임브리지대에 난징 석좌교수 자리를 만드는 조건으로 현금 1000만파운드(약 150억원)를 케임브리지대로 보내기로 했다.옥스퍼드 연구소 건립은 5년 이후의 연구 플랜에 쑤저우시의 보증 계획이 없고, 공동 연구비 창출 방법도 확정이 안 돼 모든 옥스퍼드 교수가 반대했다. 옥스퍼드 교수들이 1년에 두 달간 중국에 파견돼 연구한다고는 하나 그 효과가 의심된다. 특히 1억달러의 투자비도 중국에서만 투자되도록 해 중국인이 국제 연구에 임하는 자세를 자세히 볼 수 없다. 케임브리지 난징 연구소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전체 예산은 중국 내부에 투자하게 돼 있어 대부분 교수가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이들 연구소는 중국 출신 교수들의 정치력, 중국 지방정부의 일류학교 유치 욕망 그리고 옥스브리지의 중국 거대 시장에 대한 사업 확대 가능성 등으로 시작됐다.

중국이 저돌적으로 시도하는 국제 공동연구소는 좀 더 자세히 지켜봐야 할 미완성의 산물로 본다. 한국은 이런 모델과는 다른 차원인, 옥스브리지의 기초과학과 한국의 응용기술을 융합한 영국 현지 연구소 또는 한국 연구원이 선순환할 수 있는 공동 연구가 더 바람직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