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공모가 논란…"비싸다" vs "성장성 높아"
입력
수정
지면A23
26~27일 일반 공모다음달 5일 상장되는 카카오뱅크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차별점이 크지 않음에도 기존 은행 대비 과도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지적과 “높은 성장성과 상장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공모주는 받으면 돈이 된다’고 여겼던 개인투자자로서는 투자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메리츠증권 "15.5조가 적정
이익구조 기존 은행과 비슷"
SK證, 31조 평가 "효율성 매력"
상장 직후 유통 주식수 적고
주요 지수 편입 등 수급 유리
계속되는 고평가 논란
19일 메리츠증권은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카카오뱅크에 대해 “적정 시가총액은 15조5000억원”이라는 내용의 리포트를 내놨다. 카카오뱅크 측이 내놓은 공모가 하단인 15조6800억원보다도 낮다. 카카오뱅크에 대해 기업 가치가 공모가보다 낮다고 평가한 증권사는 메리츠증권이 처음이다.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높은 성장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이익 창출 구조가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주 주가는 자기자본이익률(ROE)에 따라 움직이곤 한다. 많은 자금을 운용하며 이익을 늘리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카카오뱅크에 대해 “은행업 특성상 ROE는 10% 내외를 벗어나지 못할 텐데 공모가는 ROE 대비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ROE가 비슷한 상황에서 국내 대형 은행 대비 최소 7배, 최소 12배 높은 수준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문제 제기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모가에는 2030년까지 순이익이 연평균 30% 증가한다는 가정이 포함된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대출이 연평균 20% 늘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카카오뱅크의 높은 성장성을 받쳐 주던 가계대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분기 카카오뱅크의 가계대출(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플랫폼 경쟁력만으로는 추가 성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금리와 한도를 제외하면 상품 차별화가 쉽지 않은 대출시장 특성이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반면 SK증권은 카카오뱅크의 상장 후 시가총액을 31조원가량으로 평가했다. 비대면 금융 모델이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는 게 주요 이유다. 카카오뱅크의 영업이익 대비 판관비 비중이 지난해 52.2%로, 기존 은행보다 낮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그럼에도 “타 은행 대비 높은 PBR을 정당화하려면 고객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용위험 평가 능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장 직후 수급 이벤트는
공모주 특성상 상장 후 수급에 따른 주가 변동성은 높을 전망이다. 상장한 종목은 보통 3~6개월씩 수급의 영향을 크게 받고, 이후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수렴하는 게 일반적 흐름이다.카카오뱅크는 우선 상장 후 MSCI 신흥국지수나 코스피200지수에 조기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른 예상 유입 자금은 약 3800억원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상장 직후 유통 주식 수가 적다는 것도 수급상 유리하다. 공모 후 주식 수는 4억7510만237주. 이 중 보호예수(매도 제한)가 걸려 있지 않은 주식 수는 기존 기타주주 보유분(7596만5645주)과 우리사주를 제외한 일반공모(5236만주) 등 전체 상장 주식 수의 27.01% 수준이다.최근 기업공개한 종목은 상장 직후 기존 주주나 외국인이 보유한 물량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 매수세가 몰리면 급격한 상승세가 연출되곤 했다. 카카오뱅크는 전 세계 인터넷전문은행 중 사실상 최대 은행이라는 게 증권업계 평가다.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외국인이 쉽게 매물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가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주요 지수 편입 등의 이벤트를 기대하고 차익 실현을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며 “유통 주식 수가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3~6개월 정도 큰 폭의 변동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