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빅테크 규제…왜 국내 증시까지 영향받을까

中 비중 큰 MSCI 신흥국지수
외국인 패시브 자금 빠지며 충격
중국 정부의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고 있다. ‘규제 리스크’로 이들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고, 신흥국 증시에서 패시브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한국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증시에 상장한 테크기업 상위 30개 종목을 추종하는 항셍테크지수는 지난 2월 17일 고점을 찍은 뒤 급락했다. 지난 16일 기준 지수는 고점 대비 30% 하락했다. 이 지수는 알리바바 텐센트 메이퇀 등의 종목을 추종하는데, 이들 기업이 반독점 규제 이슈 등으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자국 내 플랫폼 기업 때리기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앤트그룹 상장 중단, 올해 4월 알리바바 대상 28억달러 벌금 부과에 이어 플랫폼 기업 반독점 여부 조사 등으로 이어졌다. 차량공유 플랫폼 디디추싱이 미국에 상장하자 국가 안보 조사 대상에 올리고 앱 삭제 조치까지 하는 등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중국인의 삶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쌓은 빅데이터가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신흥국 주식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MSCI 신흥국(EM)지수 상위 10개 종목 중 세 종목이 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퇀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이다. 이들 종목이 MSCI EM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5%에 달한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면 MSCI EM지수에 대한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MSCI EM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에서 돈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규제를 받고 있는 기업이 대부분 데이터를 다루는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에서 IT(정보기술)·커뮤니케이션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중국, 대만, 한국 시장 비중이 높은 MSCI EM지수 내에서는 IT와 커뮤니케이션 섹터 비중이 각각 20.7%, 11.2%에 달한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발(發) 규제가 신흥국으로 들어오는 패시브 자금 유입 둔화로 이어졌다”며 “중국 빅테크 기업 규제가 국내 주식시장 수급에까지 영향을 미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정부 규제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 핵심이 시장 성장 자체를 억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독점을 막고 경쟁을 효율화하겠다는 취지라는 판단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