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금 줄줄 새는데…부처간 핑퐁 게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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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현대해상이 의료계를 상대로 ‘외롭고 힘든 싸움’에 나섰다.”
진료비 부풀린 안과 5곳
현대해상, 공정위 제소했지만
"복지부 관할"…책임 떠넘겨
금융위, 이제라도 목소리 내야
이호기 금융부 기자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이 지난 5월 안과병원 다섯 곳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사건을 놓고 이 같은 푸념이 나오고 있다. 현대해상은 고발장에서 “이들 병원이 지난해 백내장 수술을 시행하면서 급여 항목인 단초점 렌즈 대신 고가의 비급여 항목인 다초점 렌즈를 사용해 진료비를 끌어올리거나 비급여 검사·처치료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과다 청구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일탈 행위가 대다수 선량한 안과와의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있어 공정위 차원에서 탈법적인 의료계 관행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백내장 수술에서만 1조원이 넘는 보험금이 청구될 전망이다. 지난해 총 실손보험 지급액의 10%에 달하는 규모다.그럼에도 공정위 생각은 달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동종 업계 내부에서 경쟁 업체가 (부당 경쟁으로) 신고한 건도 아니고 보건복지부 등 유관 기관의 관할 문제 등을 검토한 결과 공정위가 직접 조사할 사안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들 병원이 환자 유치를 목적으로 브로커 등을 고용해 숙박 및 교통비 명목의 금품을 별도로 제공한 혐의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으로 볼 여지가 있어 조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인 ‘진료비 부풀리기’는 공정위가 아니라 복지부 관할이라고 못 박은 셈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게 복지부 관할이라는 걸 누가 몰라서 공정위까지 찾아갔겠느냐”며 “그동안 보험업계에서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정책 제안도 했지만 복지부가 요지부동이었던 게 여기까지 오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지원 사격’에 너무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복지부와 공정위 등 여러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라면 금융당국도 뒷짐만 지고 있을 게 아니라 해당 부처에 현장 조사 및 제도 개선 등을 적극 요구하는 게 옳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다행히 금융당국도 앞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부처 간 협의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공정위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조사 불가) 결론을 내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며 “현대해상은 물론 관계 보험사와 협력해 공정위, 복지부 등에 의견을 전달하고 개선안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늦었지만 금융위가 고질적인 의료계의 과잉 진료 문제를 해결하고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피해(보험료 인상)를 막기 위해 복지부에 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