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vs 도급, 원청의 사용자성 … 한눈에 보는 원·하청 노동법 이슈

지난달 초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내려 산업현장에 큰 이슈가 된 바 있습니다. 이에 CJ대한통운은 지난 16일 서울행정법원에 중노위의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중노위 판정 이후 예상됐던 혹은 우려했던대로 사건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근로자 파견 이슈에서부터 하청 근로자의 원청 사업장에서의 쟁의행위 용인 정도, 나아가 원청의 사용자성 이슈까지 산업현장 전반에 퍼져있는 원·하청 관계 사업장에 큰 충격을 몰고 올 수 있는 이슈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현대중공업 불법파견 여부 소송을 맡아 지난 5월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 승소를 이끌어낸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원·하청 관계에서의 노동법 이슈'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글을 'CHO Insight 포럼' 회원 및 독자들을 위해 보내왔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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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 vs 도급, 원청의 사용자성 … 한눈에 보는 원·하청 노동법 이슈
1. 개요
제조업, 서비스업 등 산업의 영역을 불문하고 거의 모든 기업에서 도급, 용역, 위탁 등 다양한 명칭으로 다른 회사와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때 일을 맡기고 비용을 지급하는 측을 원청, 그 반대를 하청이라고 많이 부른다. 그리고 하청 소속 근로자와 원청 사이에 노동법 관련 분쟁이 끊이지 않고, 이러한 분쟁의 결과가 노동법 판례를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분쟁의 종류, 법적 이슈 등에 대하여 정리해본다. 많은 기업들이 이미 겪었거나 앞으로 겪게 될 수 있는 이슈이다.

2. 근로자 파견관계 이슈
가장 오래되고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는 이슈로, 2008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건에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는 취지의 대법원 파기 판결이 선고되면서 폭발적으로 분쟁이 늘어났다. 쟁점은 하청 근로자와 원청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고, △민사 △형사 △행정 모두 문제되는 종합 세트이다. 민사적으로는 원청을 상대로 근로자지위의 확인 및(또는) 정규직과의 임금차액을 구하는 소송이 제기되고, 형사적으로는 협력업체가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고 근로자파견을 했고, 원청은 근로자파견을 받았으니 파견법을 위반했다는 고소 또는 진정이 제기된다. 행정적으로는 고용노동부(노동청)에서 근로감독을 실시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이 되면 원청을 상대로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하고 시정명령 불이행 시 과태료 처분을 하게 된다. 과태료 처분에 대하여 불복하면 법원 단계로 넘어가 과태료 재판을 하게 된다.

위 3가지 분쟁은 동시에 진행될 수도 있고, 하나씩 순차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는데, 과거에는 민사사건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았고 형사, 행정 분쟁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았으나 최근의 트렌드는 △고용노동부의 직접 고용 시정명령(행정) → △불이행 시 형사입건 → △민사소송 병행의 흐름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 불이행 시 부과되는 과태료 금액이 상당한데다 과태료 재판에서 실질적인 다툼을 하기 어려운 점, 형사입건이 되면 대표이사의 수사기관 출석 부담 및 형사처벌 리스크로 원청이 법적 다툼으로 가기보다 직접 고용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된다는 점이 그 이유로 추측된다.특히 노동청 단계에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입건 시 대표이사를 소환한다는 점이 원청 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근로자파견은 실제 사실관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 도급과 근로자파견의 구별 법리의 엄격한 적용을 통해 그 결론이 내려져야 하고, 근로자파견으로 인정됨에 따라 고용관계 창설(반사적으로 협력업체는 폐업을 하게 될 수 있음)이라는 중대한 법률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함에도 노동청에서 애매하면 일단 불법파견 인정과 같은 식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쉬움이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근로자파견법은 1997년 외환위기 때 고용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고(당시 노동계도 강력히 반대함), 사내도급을 규제하기 위한 법은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3. 원청의 쟁의행위 수인 이슈
하청 근로자와 원청 사이에는 직접적인 계약관계에 있지 않으므로, 원청은 기본적으로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가 될 수 없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2다56130 판결) 따라서 하청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사용자가 아닌 원청을 쟁의행위의 상대방으로 삼을 수 없고, 원청 사업의 운영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하청 근로자가 원청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경우, 쟁의행위의 상대방은 사용자인 하청이지만, 원청의 사업장을 쟁의행위의 장소로 사용할 수 있는지는 문제가 된다.

원청을 사용자라고 볼 수 없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원청의 시설관리권이 미치는 장소에서의 쟁의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최근 한국수자원공사 사건에서 “도급인은 원칙적으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일어나 도급인의 형법상 보호되는 법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시하면서도 “도급인의 사업장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이 집결하여 근로를 제공하는 장소로서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고, 쟁의행위의 주요 수단인 파업이나 태업도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점, 도급인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의하여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그러한 이익을 향수하기 위하여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사업장을 근로의 장소로 제공하였으므로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판결(대법원 2020. 9. 3. 선고 2015도1927 판결)했다. 쟁의행위의 목적과 경위, 방식 및 기간, 업무의 성격과 사업장의 규모 등에 따라 도급인이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쟁의행위를 수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이제 원청이 직접 근로관계를 맺고 있지 않더라도 하청 근로자들의 쟁의행위를 일정 부분 수인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위 판례가 밝히고 있듯이 해당 사업장이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제공 장소이고, 쟁의행위의 태양 등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원청이 이 정도는 참아야 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해야 하고, 일반적으로 원청이 하청 근로자들의 쟁의행위를 수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4. 원청의 사용자성 이슈
원청의 쟁의행위 수인의무에서 더 나아가 아예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대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도 문제된다. 최근 CJ대한통운의 대리점 택배기사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으로 아주 뜨거운 이슈가 됐다.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미 원청이 하청 근로자 또는 하청 노조에 대하여 부당노동행위의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등에 관해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로서의 사용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로서 사용자가 되는 것과 단체교섭 의무 등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지위를 전면적으로 인정할 것인지는 다른 문제이다. 특히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지위가 일반적으로 인정이 되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고, 단체교섭 결렬 시 쟁의행위의 상대방이 되는데, 이때 쟁의행위 시 사용자에게는 대체근로 금지를 규정한 노동조합법 43조가 적용된다. 이에 따르면 하청 근로자들(경우에 따라 재하청 근로자들)이 쟁의행위를 하게 되면 원청은 다른 협력업체에 일을 맡기지 못하고(맡기면 불법이고) 쟁의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부품공급 차질, 배송 차질 등의 피해를 그대로 입어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법 제43조는 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사용자에 대한 제한 규정이므로 용역계약관계에 있는 용역업체 노사 간의 쟁의행위로 인해 중단된 업무를 도급업체 또는 위탁업체가 직접 수행하는 것은 노조법 제43조 위반이 아니라는 확고한 입장인 반면(협력 68140-173 1997. 5. 6.),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 서로 판단이 엇갈리고 있고, 최근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 사건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정을 하여 크게 이슈화되기도 했다.

이 쟁점은 현재 대법원에서 계속 중이고(대법원 2018다296229), 이 사건의 1, 2심 판결은 단체교섭제도와 부당노동행위는 서로 다르다는 취지에서 원청이 부당노동행위의 사용자가 될 수는 있을지라도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노동조합법 제43조는 위반 시 형사처벌 조항이 있다는 점에서 해석을 통해 원청에도 적용할 경우 죄형법정주의 위반 소지가 있고,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더라도 단체교섭 사항은 어떻게 되는지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으므로 입법 차원에서 논의를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현행법의 해석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대법원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 지 매우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