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비대면 대출 전성기에도…'과다 조회하면 제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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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한모(31)씨는 신용점수 930점대에 연체 이력도, 기존 대출도 없다. 그는 최근 이틀에 걸쳐 은행 5곳의 앱으로 신용대출 한도와 금리를 조회했다. 가장 유리한 대출 조건을 찾기 위해서였다. 한씨는 그중에서 가장 높은 한도와 낮은 금리를 제시한 주거래은행에 비대면 대출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단기간 내 여러 금융사에 대출을 조회한 횟수가 과다하기 때문'이란 게 은행 설명이었다. 한씨는 "여러 상품의 조건을 비교해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인데, 아직도 조회 사실만으로 불이익을 주는 건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비대면 간편 대출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서 대출 전 여러 금융사에서 대출 조건을 조회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금융 현장에서는 '과다 조회' 기록을 이유로 소비자의 비대면 대출을 제한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과거와 달리 소비자의 대출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받아 상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음에도 복지부동하는 모양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분 금융사는 소비자가 단기간에 신용정보를 과다하게 조회하면 비대면 대출 승인을 제한하고 있다. 저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5일 이내, 3개 이상의 서로 다른 금융사 조회'가 기준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짧은 기간에 여러 곳에서 대출 조회를 하는 사람은 중복 대출을 일으킬 위험이 있고, 통계적으로도 연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간편 대출을 홍보하면서도 여전히 이런 사실을 사전에 안내하지 않는 은행이 여전히 많다.
은행들이 소비자의 신용조회 기록을 대출심사에 활용해온 것은 과거의 정보 격차 때문이었다. 금융사들은 대출 심사 때 소비자의 중복 대출 가능성과 상환 능력 평가를 위해 개인신용정보 집중기관인 신용정보원을 통해 해당 차주가 다른 금융사에 갖고 있는 대출 정보를 공유받는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 대출정보가 공유되는 데에는 1~2영업일이 걸렸다. 한 사람이 같은 날 여러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도 은행은 하루이틀 후에나 알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은행들이 즉시 확인이 어려운 대출정보 대신 조회 기록을 대출 심사에 참고한 배경이다.
문제는 이달부터 신정원을 통한 대출정보 공유 주기가 '실시간' 수준으로 단축됐는데도 은행들은 여전히 과거 심사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정보원은 이달부터 전산 인프라를 개선해 금융사의 개인대출정보가 실시간으로 집중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10개 은행이 참여해 실시간으로 대출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은행은 이달 말까지 전산 개편을 완료할 예정이다. 2금융권은 8월 중에, 나머지 업권은 올해 말까지 참여한다.
신정원 관계자는 "이달부터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이 확대됨에 따라 차주의 리스크 평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금융사는 최신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정확한 상환능력 심사가 가능하고 이제까지의 정보 공유 시차를 악용한 과다 대출 취급 사례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이런 기대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 A은행은 "은행의 전산환경에 따라 대출정보가 실시간이 아니라 30분마다 집중되는데, 3분이면 비대면 대출이 이뤄지는 환경에서 중복 대출 사기 위험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B은행은 "조회기록이 많아도 연체 위험이 높지 않다는 데이터를 신용평가사가 증명해줘야 한다"며 "은행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렇다 보니 '금리 쇼핑'이 당연해지는 금융 환경의 변화 속도를 금융사의 여신 심사 방법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처럼 급전이 필요한 사람만 여러 군데 조회하는 시대가 아닌데 은행들이 '모르는 영역'이란 이유로 보수적인 기준을 고수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금융사도 자체적으로 신용 평가 방법을 다변화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빈난새/김대훈 기자 binthere@hankyung.com
비대면 간편 대출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서 대출 전 여러 금융사에서 대출 조건을 조회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금융 현장에서는 '과다 조회' 기록을 이유로 소비자의 비대면 대출을 제한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과거와 달리 소비자의 대출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받아 상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음에도 복지부동하는 모양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분 금융사는 소비자가 단기간에 신용정보를 과다하게 조회하면 비대면 대출 승인을 제한하고 있다. 저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5일 이내, 3개 이상의 서로 다른 금융사 조회'가 기준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짧은 기간에 여러 곳에서 대출 조회를 하는 사람은 중복 대출을 일으킬 위험이 있고, 통계적으로도 연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간편 대출을 홍보하면서도 여전히 이런 사실을 사전에 안내하지 않는 은행이 여전히 많다.
은행들이 소비자의 신용조회 기록을 대출심사에 활용해온 것은 과거의 정보 격차 때문이었다. 금융사들은 대출 심사 때 소비자의 중복 대출 가능성과 상환 능력 평가를 위해 개인신용정보 집중기관인 신용정보원을 통해 해당 차주가 다른 금융사에 갖고 있는 대출 정보를 공유받는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 대출정보가 공유되는 데에는 1~2영업일이 걸렸다. 한 사람이 같은 날 여러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도 은행은 하루이틀 후에나 알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은행들이 즉시 확인이 어려운 대출정보 대신 조회 기록을 대출 심사에 참고한 배경이다.
문제는 이달부터 신정원을 통한 대출정보 공유 주기가 '실시간' 수준으로 단축됐는데도 은행들은 여전히 과거 심사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정보원은 이달부터 전산 인프라를 개선해 금융사의 개인대출정보가 실시간으로 집중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10개 은행이 참여해 실시간으로 대출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은행은 이달 말까지 전산 개편을 완료할 예정이다. 2금융권은 8월 중에, 나머지 업권은 올해 말까지 참여한다.
신정원 관계자는 "이달부터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이 확대됨에 따라 차주의 리스크 평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금융사는 최신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정확한 상환능력 심사가 가능하고 이제까지의 정보 공유 시차를 악용한 과다 대출 취급 사례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이런 기대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 A은행은 "은행의 전산환경에 따라 대출정보가 실시간이 아니라 30분마다 집중되는데, 3분이면 비대면 대출이 이뤄지는 환경에서 중복 대출 사기 위험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B은행은 "조회기록이 많아도 연체 위험이 높지 않다는 데이터를 신용평가사가 증명해줘야 한다"며 "은행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렇다 보니 '금리 쇼핑'이 당연해지는 금융 환경의 변화 속도를 금융사의 여신 심사 방법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처럼 급전이 필요한 사람만 여러 군데 조회하는 시대가 아닌데 은행들이 '모르는 영역'이란 이유로 보수적인 기준을 고수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금융사도 자체적으로 신용 평가 방법을 다변화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빈난새/김대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