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넘은 BTS

신곡 '퍼미션 투 댄스' 빌보드 1위
7주째 정상 지키던 자신들의 곡 '버터' 밀어내

10개월여 만에 1위 다섯 곡 배출
마이클 잭슨 이후 가장 빨라
북미시장 주류가수로 완전 안착
사진=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영어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가 미국 빌보드 1위에 올랐다. 직전 1위는 7주 연속 왕좌를 지켰던 BTS의 ‘버터(Butter)’. BTS가 BTS를 밀어내고 또 1위를 한 것이다. 같은 가수의 다른 노래가 연달아 1위를 차지하는 ‘배턴 터치’는 인기 절정의 팝스타들만 세운 대기록이다. 그룹으로는 2009년 블랙 아이드 피스 이후 12년 만이다.

다섯 번째 1위곡…진기록 쏟아내

미국 빌보드는 BTS가 지난 9일 발표한 퍼미션 투 댄스가 핫 100 차트(7월 24일자) 1위에 올랐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핫 100은 음원 판매량, 스트리밍, 라디오 방송 노출 등을 종합해 순위를 매긴다.경쟁은 치열했다. 힙합계 ‘슈퍼루키’인 더 키드 라로이와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함께 부른 ‘스테이’, 괴물 신예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굿 포 유’ 등 쟁쟁한 곡들과 맞붙었다. 라디오 홍보가 전작 버터에 집중돼 라디오 청취자 수가 많지 않았다. 15일까지 1주일간 청취자는 110만 명. 스트리밍 순위도 스테이(1위)와 굿 포 유(2위)에 밀려 8위(1590만 건)에 그쳤다. 이를 뒤집은 것은 음원 다운로드 건수다. 퍼미션 투 댄스의 음원 다운로드는 14만100건으로, 2위 굿 포 유(7400건)와 3위 스테이(1만2000건)를 압도했다.

퍼미션 투 댄스는 1위 등극과 함께 진기록을 쏟아냈다. 우선 자신의 신곡이 이전 곡에 이어 1위를 차지한 배턴 터치다. 지금까지 테일러 스위프트, 위켄드, 저스틴 비버 등이 배턴 터치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기록은 2018년 7월의 드레이크였다. 그룹으로는 비틀스, 보이즈 투 맨, 아웃캐스트, 블랙 아이드 피스에 이어 다섯 번째다.

마이클 잭슨 이후 가장 빨리 핫 100 1위 다섯 곡을 배출한 기록도 세웠다. 마이클 잭슨은 1987~1988년 9개월 2주 만에 1위 다섯 곡을 배출했고, BTS는 10개월 2주가 걸렸다.신곡 4개가 발매 첫 주에 1위를 차지한 기록도 보탰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새비지 러브’ 리믹스를 제외하면 BTS의 역대 1위 곡은 모두 발매 후 정상으로 직행했다. 영어 곡인 ‘다이너마이트’와 버터, 퍼미션 투 댄스는 물론 한국어로 부른 ‘라이프 고스 온’도 예외가 아니었다.

세계적인 팝스타 입지 공고해져

BTS가 배턴 터치와 함께 통산 다섯 번째 1위 곡을 배출하면서 세계적인 팝스타로서 안정적인 입지를 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지난해 다이너마이트와 올해 버터 때만 해도 BTS가 북미 팝시장에 도전한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퍼미션 투 댄스의 성공을 보면 북미 시장에서 주류 가수로 완전히 안착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BTS의 탄탄한 팬덤은 음원 성적에 잘 나타난다. 스트리밍이나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은 한때의 유행에 따라 높게 나올 수도 있지만, 음악을 완전히 소유하는 다운로드 건수는 팬덤의 구매력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BTS는 버터에 이어 퍼미션 투 댄스에서도 10만 건이 넘는 음원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BTS 음악을 적극적으로 구매할 팬층이 북미 시장에 거대하게 자리잡았다는 얘기다.다이너마이트부터 버터, 퍼미션 투 댄스로 이어지는 영어 곡 ‘3부작’은 모두 경쾌하고 신나는 분위기의 댄스팝이다. 청춘의 성장담과 고민을 노래에 담아온 BTS가 최근 해외 작사·작곡자들이 만든 영어 곡, 듣기 편한 댄스 팝을 잇달아 선보이자 설왕설래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에 지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위로를 선사하며 인종과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퍼미션 투 댄스는 ‘마음 가는 대로 춤추자’는 보편적 메시지를 담았다. ‘즐겁다’ ‘춤을 추다’ ‘평화’ 등을 국제 수어로 표현해 안무를 꾸몄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더 많은 사람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특별한 퍼포먼스를 기획했다”며 “수어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동작과 표정을 세심하게 신경 썼다”고 말했다.

임근호/성수영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