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져있는 우리 문화재 어떻게든 모아야 하는데… "

李회장의 한국미술 사랑
“대한민국의 문화재다, 골동품이다 하는 것들은 한데 모아야 가치가 있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을 봐.”

지난해 10월 이건희 삼성 회장이 타계한 뒤 상속 재산을 정리하던 유족은 고인이 1993년 6월 삼성 내부 회의에서 했던 이 발언을 떠올렸다. 언급된 세 곳은 기증받은 예술품 덕분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대표적인 박물관이다. 이 회장이 소장한 미술품들의 기증을 일찌감치 염두에 뒀다는 사실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생전 이 회장은 국민이 수준 높은 미술품을 접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지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세계 미술사에서 손꼽히는 주요 작가의 대표작이 한국에 있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했다. 에세이집을 통해서는 “빛나는 우리 문화재가 국내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데, 이것들을 어떻게든 모아서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문화적인 소양이 자라나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한국의 미술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과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프랑스 기메박물관 등 해외 유수 박물관의 한국실 설치를 지원하고, 미국 구겐하임미술관에 ‘삼성 아시아 미술 큐레이터’를 배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2011년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린 ‘황금의 나라, 신라전’과 2013년 구겐하임미술관의 ‘이우환 회고전’을 후원하기도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