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유망주] (28) 테니스 권순우

상반기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한국 선수로는 13년 만에 올림픽 도전
코로나19 변수에 상위 랭커 줄줄이 '불참'…높아진 '첫 메달' 가능성
2년 전만 해도 권순우(24·당진시청)가 2020 도쿄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 출전권을 따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 테니스 라켓을 잡은 권순우는 주니어 시절에는 또래 유망주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신체조건(현재 180㎝, 72㎏)을 가진 데다 성실한 권순우는 2015년, 18살의 나이에 프로로 전향한 뒤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권순우가 한국 대표로 출전한 2017년 데이비스컵은 그의 이름 석 자를 국내 팬들의 뇌리에 각인한 대회다. 당시 우즈베키스탄과 경기 제3단식에서 세계 랭킹 308위이던 권순우는 80위 데니스 이스토민과 4세트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1-3으로 분패,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착실하게 남자프로테니스(ATP) 퓨처스, 챌린저에서 경험을 쌓던 권순우는 2018 호주오픈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과하며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2019년 5월에는 서울오픈 챌린저대회에서 우승, 랭킹을 135위로 끌어올리며 부상 중이던 정현(제네시스 후원)을 추월했다. 그렇게 '한국 테니스 간판' 타이틀을 정현으로부터 넘겨받은 뒤 권순우의 상승세는 더 가팔라졌다.

꾸준히 메이저 대회를 노크하더니 지난해 US오픈에서는 처음으로 1회전을 통과했다.

올해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는 1회전 탈락했으나 이어진 프랑스오픈에서는 3회전, 윔블던에서는 2회전까지 올랐다. 개인 최고 성적을 낸 권순우는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6월 14일 랭킹에서 79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려 한국 테니스에 13년 만의 올림픽 티켓을 안겼다.

권순우는 내친김에 한국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금자탑'에도 도전해 보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이번 대회는 무관중 진행 등 여러 변수 속에 치러진다.

여기에 라파엘 나달(3위·스페인), 도미니크 팀(6위·오스트리아), 로저 페더러(9위·스위스) 등 톱 랭커들이 대거 불참 선언을 해 누가 입상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권순우(현재 69위)보다 랭킹이 높으면서 올림픽 출전 자격을 갖춘 선수 중 약 30명이 불참 의사를 밝혔다.

그만큼 권순우의 메달 도전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게다가 올림픽 테니스가 펼쳐지는 하드코트는 권순우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코트다.

권순우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메달권도 욕심은 난다. 해 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투어 다니면서 톱 랭커들이나 20~30위권 선수들과 경기를 해 보니 크게 다른 건 없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