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보우소나루-룰라 인터뷰로 날선 공방…대선정국 신호탄

룰라 "국민이 임명할 새 대통령 당신은 아냐"…보우소나루 "여론조사 안 믿어"
내년 브라질 대선에서 양강 구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이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룰라 전 대통령이 아직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았으나 이날 공방은 사실상 대선정국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룰라 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브라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과 경제 상황을 언급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국정 실패를 비판했다.

그는 "보우소나루는 대선에서 패배하면 대통령직을 순순히 넘기지 않겠다고 말하는데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기를 바란다"면서 "내년에 국민이 새로운 대통령을 임명할 것이며, 그게 당신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부터 몇 분 후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에 다른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 내용을 올려 최근 나온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을 표시하면서, 룰라가 부패 의혹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을 언급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여론조사 예상 득표율은 룰라가 46%이고 나는 25%이며, 결선투표에서 룰라가 나를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그러나 나는 브라질 전국을 아무런 문제 없이 걸어 다닐 수 있지만, 룰라는 국민에게 야유를 받아 술집에서 술 한 방울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브라질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가 지난 7∼8일 유권자 2천74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오차범위 ±2%포인트)에서 예상 득표율은 룰라 46%, 보우소나루 25%로 나왔다. 다른 대선주자는 모두 한 자릿수에 그쳤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룰라와 보우소나루가 결선투표에서 맞붙으면 58% 대 31%로 룰라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어떤 일이 있어도 찍지 않을 대선주자'를 묻는 항목에서 보우소나루가 압도적으로 높은 59%를 기록해 내년 대선 전망을 어둡게 했다. 룰라는 37%였다.

코로나19 부실 대응과 백신 구매 비리, 코로나19 국정조사, 반정부 시위 등이 이어지면서 민심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