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잡아라"…강북서도 고급 브랜드 경쟁

북가좌 6구역 내달 시공사 선정

롯데건설 "르엘 넣겠다" 포문
"강북의 새로운 랜드마크 될 것"

DL이앤씨 '드레브 372' 맞불
인테리어비 1000만원 지원 약속

"리모델링까지 적용 확산될 것"
롯데건설 ‘르엘’ 조감도
서울 강남과 한강변 부촌의 아파트 단지에만 붙던 대형 건설회사의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가 강북과 지방 광역시로 확산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추진 단지 사이에서 “우리도 고급 브랜드를 달아 달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로 민간 정비사업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일감 확보를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 도입을 약속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강북에 첫 ‘르엘’ 아파트 나오나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북가좌6구역 재건축’ 조합은 다음달 14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10만4656㎡ 부지에 지하 2층~지상 24층, 23개 동, 1970가구를 짓는 이 사업에는 DL이앤씨(옛 대림산업)와 롯데건설이 입찰 제안서를 냈다.

롯데건설은 “강북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프리미엄 브랜드인 ‘르엘’을 단지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건설이 2019년 선보인 르엘은 지금까지 ‘대치 르엘’(대치2지구), ‘르엘 신반포 센트럴’(반포 우성) 등 강남·서초구의 네 개 단지에만 적용됐다.

롯데건설이 이번 사업을 따내면 비(非)강남권에 첫 르엘 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롯데건설은 이 밖에 △마포구 상암동에 조성되는 ‘롯데몰’과의 연계 개발 △커뮤니티시설 운영 △발레파킹 등 입주민 생활 전반을 돕는 컨시어지 서비스 제공 등을 시공 조건으로 내걸었다.롯데건설과 맞붙은 DL이앤씨는 ‘아크로’라는 프리미엄 브랜드 대신 ‘드레브 372’라는 별도 브랜드 도입을 제안했다.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처럼 고급 단지에 번지수를 붙여 이름을 짓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여기에 입주민들에게 ‘인테리어 비용 1000만원 지원’도 약속했다. 예상 공사비의 경우 DL이앤씨는 3.3㎡당 494만원(총 4931억원), 롯데건설은 488만원(총 4652억원)이다.

업계에서는 강남과 한강변 등 인기 지역이 아닌 강북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고급 브랜드를 앞세워 수주전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일감에 목마른 건설사들이 그동안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봤던 강북과 지방 정비사업 수주에 열을 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DL이앤씨 ‘드레브 372’ 투시도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 가속화할 듯

프리미엄 브랜드 아파트는 비싼 마감재를 사용하고, 호텔급 커뮤니티시설을 조성하기 때문에 통상 3.3㎡당 공사비가 일반 브랜드보다 수백만원이 더 들어간다. 그럼에도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향후 집값 상승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로 ‘브랜드 업그레이드’를 요구하는 재건축·재개발 추진 단지가 늘고 있다. 2016년 준공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신반포1차)는 2019년 10월 34억원(전용면적 84㎡)에 거래되며 ‘강남 아파트 3.3㎡당 1억원’ 시대를 열었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라클라스’(삼호가든 3차), 대우건설이 지은 서초구 서초동 ‘서초 푸르지오 써밋’(서초 삼호1차) 등도 지역 시세를 이끄는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

중구 신당동 ‘신당8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달 초 DL이앤씨와 맺은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DL이앤씨의 일반 아파트 브랜드인 ‘e편한세상’ 대신 아크로를 아파트 이름에 넣자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재개발’ 조합과 광주 서구 ‘광천동 재개발’ 조합 등도 같은 이유로 시공사 교체를 추진 중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리모델링 추진 단지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롯데건설은 이주를 앞둔 용산구 이촌동 ‘현대맨숀’에 르엘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추진 중인 ‘이촌코오롱’과 ‘한가람’ 단지명에 디에이치를 쓸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업계에선 애초 강남권에만 적용됐던 프리미엄 브랜드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희소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헌형/이혜인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