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경수의 '댓글여론 조작' 과연 혼자 했을까

3년 재판 끝에 김경수 경남지사가 대법원에서 ‘댓글을 이용한 여론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과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드루킹’ 김동원 씨와 공모해 2016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포털에 게재된 7만6000여 개 기사에 8840만여 차례 공감 수를 조작하는 등의 범죄사실이 인정된 것이다.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범죄에 사법부의 단죄가 실현된 점은 일단 다행스럽다. 여권의 거센 수사 방해 속에 얻어낸 결과여서 의미가 더 크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캠프의 공보를 총괄한 김 전 지사는 명실공히 이 정부 실세다. ‘친정부 성향’의 김명수 대법원조차 그가 여론조작 전반에 관여했다고 판결한 것은 그만큼 범죄증거가 명백하다는 방증일 것이다.유죄 판결이 났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허익범 특검은 김 전 지사가 2018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댓글조작 일당 중 한 명인 도모 변호사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의한 점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청탁의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고, 김 전 지사 본인의 선거와 무관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범죄 공모가 밝혀졌고 대선과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든 결과다.

2년 형의 낮은 양형에 대한 지적도 불가피하다. 김 전 지사보다 공적 책임이 덜한 드루킹도 3년형을 받았다. 더구나 김 전 지사는 끝까지 거짓진술로 재판부를 기만했고, 판결 이후에도 ‘국민이 최종 판단해 달라’며 사법시스템을 모독했다. 이럴 경우 가중처벌이 통례인데 김 전 지사는 예외적으로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다. 지체된 재판도 황당하다. 드루킹이 3년 형기를 마치고 지난 3월 풀려났는데, 김 전 지사는 이제야 수감돼 ‘지체된 정의’가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범죄자가 3년이나 경남 도정을 주무르는 데 사법부가 중대 역할을 한 셈이다.

여당은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대법원을 성토 중이고, 청와대는 “입장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김 전 지사의 단독플레이가 아닐 것이라는 의구심만 키우는 무책임한 처신이다.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인 실세 정치인이 대선 캠프에서 벌인 범죄와 거짓말 대행진이 아닌가. 대국민 사과를 넘어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는 게 주권자와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