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칼럼] 국가 '대들보 인재' 키우는 산학협력

LINC사업은 정부·대학·기업 '윈윈전략'
4차 산업혁명시대 '맞춤형 인재' 육성법

황태순 < 테라젠바이오 대표 >
동량지재(棟梁之材)라는 말이 있다. 한 나라의 대들보 역할을 할 큰 인물을 일컫는 말이다. 인재는 저절로 키워지지 않는다. 특히 산업 분야의 동량지재는 정부와 학교, 그리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함께 양성해야 할 국가 백년지대계의 핵심이다.

융합 인재, 혁신 인재, 글로벌 리더 등 산업계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최근에는 정교한 맞춤형 업무 스펙은 기본이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여러 조건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마주해야 할 현실의 벽은 매우 높다. 그래서 최근 많은 국가와 기업에서는 인재의 조건을 필요 이상으로 높이기보단 ‘현실의 벽’을 낮추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글로벌 기업들이 제시하는 ‘3E’도 같은 맥락이다. 인재 양성에 필요한 3요소를 교육(education), 노출(exposure), 경험(experience)으로 꼽는데, 이 중에서 전형적인 교육의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새로운 업무를 내 손으로 직접 해보는 것, 생소한 나라나 다른 문화권을 경험해 보는 것과 같은 ‘노출’ 및 ‘경험’이 각각 20%와 70% 비중을 차지한다.

청년들에게 이 90%의 ‘2E’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사명감만으로는 인재 양성을 위한 사회적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와 학교와 기업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2012년부터 추진해온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술과 업무에 노출될 수 있게 하고 많은 경험을 제공하는 지원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1·2단계 LINC 육성사업을 통해 대학은 기업과 연계한 현장실습을 늘리고 사회맞춤형 학과 등 산학연계 교육과정을 확산했다.

특히 산업 현장에서 부딪힐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졸업 논문 대신 작품을 기획, 설계, 제작하는 전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캡스톤 디자인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또한 기업과 공동연구, 공동기술개발, 대학 보유 기술·지식 등의 산업체 이전 등 산업계의 기술 혁신을 지원했다.

테라젠바이오도 2013년 LINC 사업을 통해 단국대 천안캠퍼스와 인연을 맺은 후 학생들의 현장실습과 시료 및 장비 활용 지원, 공동연구소 설립, 졸업생의 연구원 채용, 기업 인력의 석·박사 과정 이수와 같은 협력과 교류 활동을 지속해 왔다.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양 기관은 세계 최초로 해양 생물 바지락의 유전체를 해독하는 과학적 성과를 올리는 한편, ‘LINC+ 사업단’의 지원하에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유전체 분석 신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첨단기술의 개발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과 대학이 새로운 분야의 기술을 적극 공유하고 인재를 함께 양성하며, 지속성 제고를 위해 투자를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1, 2단계 사업의 성과는 고도화하면서 더욱 굳건한 산학협력 생태계 조성을 위해 내년부터 LINC 3.0 사업이 새롭게 추진된다는 소식이 반갑고 기존 LINC 사업 참여자로서 거는 기대가 더 크다.

건축물을 지을 때 대들보를 올리는 의식을 ‘상량식’이라고 부른다. 건축 과정에서 착공식이나 준공식 못지않게 중요한 행사다. 산업 분야의 새로운 동량지재 양성을 위한 끊임없는 ‘상량’은 오늘도 산학 협력 현장에서 계속되고 있다. 향후에도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 3.0이라는 더 넓은 토대 위에서 더 크고 튼튼한 대들보를 올리는 상량식이 계속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