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사고칠지 몰라 불안"…광고서 사라지는 연예인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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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특A급·가상인간' 모델 부각"BTS 카드 나온다고요? 바로 가입 신청해야죠", "보험사 광고 모델이 사람이 아니라고요? 그럼 누구죠?"
BTS·블랙핑크 카드 출시부터 로지 앞세운 광고까지
대세 스타·아이돌, 불확실한 리스크 탓 외면
팬덤 문화·고객 충성도 높이는 효과 탁월
최근 금융권에서 특A급 모델이 아니면 아예 사람이 아닌 가상 인간을 모델로 기용하는 마케팅이 뜨고 있다. 얼마전 까지만해도 대세 스타나 아이돌을 흔히 기용했지만, TV 광고 속 화면이나 상품 설명서 등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학교폭력, 채무 논란 등 감당해야 할 평판 리스크는 높은데 비해 기대할만한 홍보 효과는 낮아서다. 금융업계는 보통 '안정적', '낮은 리스크' 등을 추구한다. 그렇다보니 신뢰도가 높은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파급력을 지닌 K-팝스타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내에서 반응이 좋은 가상 인간을 앞세우고 있다. 대규모 팬덤 문화의 확대와 기술 개발의 영향이 광고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을 당분간 이어지리라는 게 업계 안팎에서의 전망이다.
카드사, BTS·블랙핑크와 손잡았다…로지는 보험사 行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올해 하반기 방탄소년단(BTS) 팬 전용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5일 글로벌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컴퍼니와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출시 협약을 맺고, 연내 주요 아티스트 팬들을 위한 전용카드를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위버스컴퍼니는 BTS 소속사인 하이브의 자회사다.비씨카드도 최근 세계적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를 앞세운 신용카드를 시장에 선보였다. 블랙핑크가 직접 디자인 과정에 참여한 '블랙핑크 카드'는 소비 데이터 분석을 통해 MZ세대가 선호하는 팬덤 서비스를 집중 제공한다. 쇼핑 서비스, 생활 서비스 등 3가지 분야에서 각각 월 최대 10%까지 청구 할인해 주는 혜택이 탑재됐다.팬덤을 위한 서비스도 마련했다. 카드를 신청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총 1000명에게 블랙핑크 멤버 전원의 사진이 프린트된 포토 카드에 사인, 시리얼 넘버가 각인된 한정 패키지가 배송된다.카드는 사실상 내수 제품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카드사들이 글로벌 시장 영향력이 최상급인 모델을 섭외하는 데 주력하는 이유는 이들이 막대한 팬덤 문화를 지니고 있어서다. 더군다나 카드업계에서는 특정 브랜드 팬덤에게 혜택을 몰아주고, 충성 고객을 유입하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열풍이 불고 있다. 수익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는 카드사 입장에선 제한된 혜택으로 보다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이어서다. 때문에 엄청난 팬덤을 지닌 아이돌과 협업하는 것은 카드사 측에선 확실한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할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이전에는 광고 모델이 단순히 브랜드 홍보의 목적이 컸다면, 지금은 실질적으로 어떠한 고객 유입 효과가 나타나는 지가 핵심적인 판단 요소"라며 "특히 블랙핑크나 BTS처럼 엄청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경우 그들이 원하는 혜택을 장기적으로 제공하고 카드사의 충성 고객으로 관리하는 데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최근 K-팝 그룹과 함께 금융권 광고계의 핵심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모델도 있다. 실제 사람이 아님에도 엄청난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상 인간이 그 주인공이다.
이달 초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 법인으로 새로 출범한 신한라이프는 TV 광고에 사람이 아닌 가상인간 모델 '로지(ROZY)'를 등장 시켜 기업 존재감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호감형의 얼굴에 완벽한 신체 비율로 이목을 집중시킨 광고 속 20대 여성 모델이 사람이 아닌 국내 최초 버추얼(가상의) 인플루언서란 사실에 대중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해당 광고는 유튜브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수 70만회를 돌파하면서 업계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그도 그럴 것이 금융권에서 가상 인간 모델을 TV 광고에 활용한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카드·보험사 등 신뢰를 주요 이미지로 부각하는 금융권에서는 중후한 이미지의 유명 배우 또는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을 모델로 발탁하는 것이 일반적인 마케팅 전략이었다.신한라이프가 색다른 도전을 하게 된 계기는 이전에 없던 이미지의 모델을 찾으면서다. 출범사가 완전히 새로운 회사라는 점과 디지털 혁신을 이루겠단 점, 헬스케어 서비스를 강조하고자 했던 점 등을 한눈에 전달할 모델이 필요했다는 게 신한라이프 측 설명이다.
이성태 신한라이프 브랜드 담당 전무는 "새롭게 출범한 회사인 만큼 기존의 보험 광고 공식을 깨고 MZ세대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점이 차별화를 이끈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신한라이프는 출범 후 첫 신상품으로 출시한 건강보험과 종신보험 표지 모델로 로지를 내건 상태다. 내년 상반기까지 로지의 기업 홍보 모델 계약을 연장하는 안건도 검토 중이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이번 광고가 상품 광고가 아니었기에 영업에 미친 직접적 영향을 산출하기는 어려우나, 로지를 통해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라며 "회사 인지도를 높이면서 영업현장에서도 효과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에는 자사 상품과 접목하는 시도를 통해 보다 가시적인 효과까지 이루는 데 집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광고 화면서 사라지는 '대세 스타'…"특정 모델 집중 현상 심화될 것"
금융권에서 대규모 팬덤으로 기업에 유의미한 영업 효과를 창출하거나 전 연령층의 이목을 끌만한 화제성을 지닌 특정 모델이 두각되면서, 대세 스타나 아이돌은 눈에 띄게 줄었다. 파급력이 특정 연령대에 한정될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채무 논란 등 평판 리스크가 적지 않아서다.실제로 지난해 KB저축은행은 당시 '가짜사나이'로 반짝 인기를 구사했던 이근 전 UDT 대위를 광고모델로 발탁하면서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금융권 모델로 계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채무불이행 문제, 성추행 전과 사실 등이 잇따라 알려지면서다. 덩달아 대중의 입방아에 올랐던 KB저축은행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렸던 티저 광고 영상을 삭제하고, TV 광고 송출 계획을 전면 중단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서야 했다.연예인의 특성상 언제든지 이미지가 하락할만한 사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은 신뢰도를 최우선시하는 금융사 입장에선 최대 위험 요소다. 최근 각종 커뮤니티, SNS 등이 활성화되면서 연예인 관련 논란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단 점도 리스크 중 하나다. 특히 연예인이 상품의 얼굴로 활용되는 경우 일반적으로 4~5년간 유통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논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안정적인 유명인은 되레 몇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는 사실상 톱A급의 글로벌 모델이 아닌 경우 마음 놓고 쉽게 고용할 수 있는 연예인이 없다"며 "워낙 대중들이 정보를 습득할 경로가 다양해졌고 연예인 사생활이 투명해지는 상황이다 보니 평판 리스크에 매우 예민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세계를 아우르는 인기를 지닌 인물이거나 아예 사람이 아닌 가상 인간을 앞세우는 금융권의 특정 모델 집중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규모 팬덤 문화의 확대와 기술 개발의 영향이 광고계에 미칠 변화가 적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톱스타의 경우 이미 영업적 효과와 평판 리스크 등에서 99% 검증됐다고 보는 만큼 광고주들의 지속적인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가상인간 모델은 메타버스 세계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 예상되는 만큼 선투자 및 선점하는 차원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업계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이는 대세 스타, 아이돌 등 단기적인 화제성으로 모델로 발탁되는 사례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며, 광고계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해외시장 개척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금융권을 시작으로 4차 산업혁명과 밀접한 유통 등 산업권의 마케팅 전략도 특정 연예인 또는 가상인간 모델을 활용하는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