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덥다는 '대서'…대구보다 뜨거워진 서해안 벨트 '헉헉'

전력 사용량 급증으로 전기 끊기고 온열환자·가축폐사도 잇따라
고양 최고 37.9도…'푄현상'에 한반도 서쪽이 대구·강릉보다 높아
절기상 가장 덥다는 '대서'인 22일 전국 곳곳에서 낮 최고기온이 37도를 넘어서는 등 매우 더운 날씨를 보였다.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특히 수도권에서 호남을 잇는 '서해안 벨트'를 중심으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어가며 뜨겁고 건조해지는 '푄현상'이 원인으로 분석되는데, 이날 오후 3시 현재 최고기온은 대구 33.7도, 강릉 31.7도 등을 기록한 반면 경기 고양 37.9도, 서울 36.4도, 광주 35.8도 등을 기록했다.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늘면서 곳곳에 정전이 발생했고, 온열 환자와 가축 폐사도 잇따랐다.폭염 속 방호복을 입은 선별진료소 의료진들이나 해경 등 땡볕에서 일하는 근무자들은 말 그대로 땀을 뻘뻘 흘렸다.
◇ '폭염에 쓰러진다'…온열환자·가축폐사 잇따라

이날 오후 3시 현재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지점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으로, 자동기상관측장비(AWS)로 측정한 비공식 최고기온은 37.9도를 기록했다.기상청에서 참고용으로 확인하는 기록으로는 경기 동두천시 상패동에서 AWS로 측정한 40.1도가 가장 높았다.

전날 39도에 이어 이틀 연속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으나, 옥상에 설치된 무인 장비 관측이어서 기록값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최근 이처럼 뜨거워진 날씨 속에 폭염 피해가 속출했다.전남에서는 전날까지 총 49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광주에서는 온열질환자가 현재까지 12명 발생했다.

전남지역에서는 폭염에 취약한 농촌지역 고령층 온열질환을 방지하기 위해 마을 방송을 수시로 하고, 현장에 취약계층 건강관리 도우미 3천여 명을 파견하는 등 피해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인천지역에서도 13일째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1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20일 인천 중구와 서구에서는 야외 작업장에서 일하던 60대 남성 2명이 열탈진 등 온열질환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인천시는 그늘막 1천401개와 버스정류장 에어 송풍기 75개 등 폭염 저감 시설을 설치하고, 살수차 30대를 운행해 무더위에 대응하고 있다.

또 경로당·행정복지센터 등을 활용해 무더위쉼터 663개소를 운영 중이다.

전날 밭에서 일하다 쓰러진 70대 남성을 응급 이송했던 충남 공주소방서 119 구조구급센터 측은 "당시 기온은 36도 안팎이었는데, 환자 체온은 42도까지 올랐다"면서 "폭염의 날씨 속에서는 물을 충분히 마시되 바깥 활동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축 피해도 이어져 전남에서는 24개 종가에서 닭 등 1만여 마리가 폐사했다.

수온이 오르면서 바다 양식장 피해도 염려되는 상황이다.

함평만 전역에 고수온 경보가 발효됐으며, 보성 득량만 전남지역 바다 3곳에는 고수온 주의보가 발표됐다.
◇ 전력 사용량 급증으로 정전…땡볕에 근무자들 '비지땀'

인천에서는 에어컨 등 냉방기기 가동으로 인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아파트 정전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인천 연수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날 오후 8시 16분께 전기 공급이 끊기며 5개 동 590세대가 냉방기기나 냉장고 등을 사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정전 발생 6시간 만인 이날 오전 2시께 임시 복구 작업이 끝나 전기 공급이 재개됐다.

지난 18일에는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정전이 발생해 약 270세대가 20시간 가까이 전기를 사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충남남부 앞바다의 치안과 안전을 지키는 보령해양경찰관들의 고충도 폭염 탓에 더욱 커졌다.

경비함정 근무자들은 해상에서 40도를 훌쩍 넘는 체감온도를 견디며 표류 선박 사고 안전 관리를 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해경 관계자는 "함정 실내에 에어컨이 있기는 하나, 안에만 있을 수는 없는 게 저희의 임무"라며 "바다에서의 활동이 잦아지는 계절이어서 서로 격려하며 힘을 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낮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코로나19 최전선인 선별진료소에는 얼음이 놓였고, 의료진은 얼음조끼를 입거나 냉풍기에 기대 더위를 견뎠다.

◇ "너무 뜨거워서" 서해안 해수욕장 '썰렁'…공원·휴양림 등 그늘로

피서철이 가까워지면서 산·계곡·바다 등 피서지에는 방문객이 증가한 모습이지만, 주요 관광지 일부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방문객 출입을 통제하기도 해 예년만큼 인파가 몰리지는 않는 분위기다.

충남 보령에서는 33도가 넘어가는 낮 기온 속에 주요 해수욕장마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대천해수욕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A씨는 "평일이어도 여름철에는 점심을 먹으려는 피서객이 꽤 있었는데, 어제오늘은 비교적 조용하다"며 "마스크 쓰고 밖에 있을 바에야 차라리 낮에는 실내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오히려 도심 외곽 휴양림이나 산림욕장 등 그늘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대전시민 윤모(41)씨는 "어제는 아내가, 오늘은 제가 휴가를 내고 딸과 계족산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는 중"이라며 "가족 단위 휴양객이 좀 있어서 다들 사정이 비슷한가보다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고기온이 36도에 육박한 전북 전주에서도 시민들은 가까운 도심 공원 등을 찾아 무더위를 견뎠다.

이날 오전부터 전주 건지산 편백숲에는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삼삼오오 모여 더위를 피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그늘 밑 벤치에 앉아서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거나 집에서 미리 준비해 온 얼음물을 마시면서 땀을 식혔다.어머니와 함께 나온 A(10)양은 "오늘 학교가 방학을 했는데 집이 너무 더워서 밖으로 나왔다"며 "돗자리를 펴고 집에서 준비해 온 김치볶음밥을 먹으면서 시원하고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