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일~러시아 천연가스관 건설 용인

녹색기금 조성해 기술 인프라 투자
우크라이나 반발 달래기로

미국과 독일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사업을 완공하는 데 합의했다. 그동안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를 높인다는 이유 등으로 미국이 반대해왔던 사업이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은 천연가스관 사업 ‘노르트스트림-2’ 건설에 합의했다. 미국이 이 가스관 공사를 차단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겠다는 의미다.

독일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수십억달러 규모의 녹색 기금을 조성해 에너지 다변화, 기술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러시아와 외교적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노르트스트림-2가 자국의 가스관을 우회해 수익을 빼앗아간다며 반대해왔다.

다만 미국과 독일은 러시아가 해당 가스관을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같은 인접 국가에 피해를 주는 데 사용할 경우 러시아산 에너지의 대유럽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독일은 또 앞으로 유럽에서 러시아의 에너지 우위를 견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합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맹 복원에 방점을 찍는 기조의 연장선”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를 견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동맹 강화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노르트스트림-2는 발트해와 우크라이나를 통과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독일로 보내는 해저 가스관을 설치해 연결하는 사업이다. 95억달러(약 10조9600억원)가량이 투입됐다. 완공되면 수송 용량이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시절부터 “이 사업이 완성되면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심해지고, 러시아가 가스관을 유럽 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지렛대로 악용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미 의회가 2019년 노르트스트림-2 건설과 연관된 러시아 기업을 제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지금까지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미국과 독일은 지난 15일 바이든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합의 방침을 정하고 세부 협상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