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장 "어설픈 ESG 경영은 기업에 독"

"회사 상황·사업과 조화 이뤄야"
생수 에비앙, 요구르트 액티비아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식품업체 다논. 이 회사를 이끄는 에마뉘엘 파베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사퇴를 선언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다논의 매출은 281억유로(약 37조9000억원)로 전년 대비 6.6% 감소했다. ESG 경영에 쏟아붓는 비용이 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장(사진)은 지난 21일 유튜브 생중계로 열린 한경ESG클럽 7월 월례포럼에서 다논의 사례를 들며 “천편일률적인 ESG 전략을 따라 하기보다는 각 기업 사정에 맞는 모델을 발굴해야 하고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기획재정부 출신인 나 원장은 통계청 통계정책국장을 거쳐 2017년 SK경영경제연구소에 전무로 합류했다. 2019년부터 SK에서 사회적가치연구원장(부사장)을 맡고 있다. SK 계열사의 ESG 경영 성과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는 등 다양한 ESG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나 원장은 ESG 경영의 시작을 ‘리스크 관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맥도날드의 경우 매장에서 성범죄가 발생했지만 이를 묵살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 공격을 받고 있다”며 “거창한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벨류체인상의 리스크 요인을 찾아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걸맞은 ESG 경영 전략을 발굴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사업 모델과 ESG를 일치시킨 사례로 맥주회사인 SAB밀러를 제시했다. 이 회사는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하면서 주류산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모잠비크 정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해결 방안을 모색하던 SAB밀러는 아프리카에서 주로 재배하는 카사바를 활용한 맥주를 개발했다. 현재 SAB밀러는 아프리카 맥주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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