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소통은 '공놀이'

김태오 < DGB금융지주 회장 herman0037@dgbfn.com >
지난 주말 여유로운 휴일을 만끽하면서 이른 저녁을 먹고 해가 뉘엿뉘엿해질 즈음 소화도 시키고 산책도 할 겸 집 주변 공원을 걸었다. 더운 날씨에도 여덟 살쯤 돼 보이는 아들과 중년의 아버지가 공놀이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들은 있는 힘껏 공을 던졌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이 귀엽다는 듯 힘을 쭉 빼고 공을 패스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미소가 절로 나왔다.

공을 받는 사람이 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소통이란 건 그런 게 아닐까. 아들과 아버지가 공 던지기 놀이를 하듯이 대화한다는 건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한다. 소통을 잘하는 건 결국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우리나라 속담도 있지 않은가. 먼저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려고 노력하는 게 소통의 첫걸음이다.소통의 길에는 사랑이 있다. 사랑 역시 상대를 기쁘게 하고 잘되게 하는 것이다. 아들의 공 던지는 힘과 속도를 아버지가 맞춰주는 것처럼 말이다. 사랑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자식에 대한 사랑, 부모에 대한 사랑, 연인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 등 수없이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 세계에서는 많은 사람이 이런 사랑의 의미를 잘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것 같다. 같이 살면서, 매일 마주하면서도 서로 데면데면하는 가족이 오죽하면 많겠는가.

어느 한 조직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조직의 리더일수록 직원들의 말을 먼저 듣고 측은지심을 가져야 하는 게 중요하다. 사람은 모두 한평생 살다가 하늘로 올라가는 법인데, 직원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아껴야 한다. 내 자식과 손자가 잘되기를 가슴으로 바라는 것처럼 ‘네 자식 내 자식’이 따로 없다는 마인드를 가졌으면 하는 게 나의 조그마한 바람이다.

나는 항상 직원들에게 CEO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인사말 또는 기념사를 할 때면 되도록 “사랑합니다”를 마지막 멘트로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한다. 단어 하나를 얘기하는 게, 문구 하나를 적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좋은 말을 내뱉을 때, 아름다운 말을 적을 때 나 자신은 물론 그걸 받는 사람도 행복해진다. 행복한 마음이 든다면 비로소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행복이란 끊임없이 소중함을 들여다보는 사람에게 비로소 주어지는 것인지 모른다.

잔잔한 호수에 돌 하나가 툭 떨어져 작은 파장을 일으키듯 서로 간에 사랑한다고 꾸준히 표현하다 보면 훈훈한 사회가 만들어지고 나쁜 생각으로 들어찬 마음도 정화되지 않을까. 죽기 직전까지, 남은 내 생이 다할 때까지 주변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표현하고 싶다. 그렇게 하다 보면 이심전심 통할 것이라 믿는다. 사랑이라는 이름을 빌려 순간순간을 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