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달콤한 포퓰리즘이냐 고통스러운 개혁이냐, 대선서 양자택일해야"

대선주자 인터뷰 - '경제 대통령' 내건 유승민 前의원

최우선 경제공약은 인재 양성
공공 일자리에 쏟아붓는 돈으로
경쟁력의 원천인 전문가 키워야

법대·상대생도 AI수업 받게
대학 '칸막이 교육' 해소 시급
김범준 기자
“경제에 ‘마술’은 없습니다. 한국 경제를 다시 성장 추세로 되돌리려면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개혁을 추진해야 합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22일 서울 여의도의 대선캠프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은 달콤한 포퓰리즘과 성장을 위한 고통스러운 개혁 중 하나를 양자택일해야 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유 전 의원은 “경제 문제 하나는 확실하게 해결할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현재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을 묻는 질문엔 “공정한 경제 성장”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 양극화 기조를 다음 정권에서 되돌리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은 영원히 어려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여권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대표적인 포퓰리스트 정치인”이라고 날을 세웠다. 유 전 의원은 “국민에게 연 100만원, 200만원씩 기본소득을 나눠주는 게 성장정책이라고 하는데, 세상에 이런 거짓말은 없다”며 “한국 경제의 기본 체력과 실력이 늘지 않는다면 경제는 결코 성장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 지사는 이런 유 전 의원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신념도 있고 내공도 있다”며 “야권에서 가장 껄끄러운 후보”라고 꼽은 바 있다.

유 전 의원은 ‘차기 대통령이 되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공약’을 묻는 질문엔 주저 없이 ‘인재 양성’이라고 답했다. 그는 “과거처럼 농촌에서 도시로 값싼 노동력을 이주시키고, 국민이 저축한 돈을 기반으로 중화학·철강·자동차 등 전통 주력 산업을 키우는 박정희식 성장 모델로는 경제를 성장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경쟁력의 원천은 인재”라며 “상하이와 선전 등 중국의 동부 해안 도시조차 이런 미국을 본떠 따라가고 있는데, 우리는 이미 늦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에서 공공 부문 일자리에 쏟아붓고 있는 막대한 돈을 인재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인재 양성과 관련해선 대학 ‘칸막이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최소한 단과대학의 경계를 없애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듣고 전공을 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서울대 법대, 상대 학생도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관련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학을 개혁하겠다”고 했다.

고통스러운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귀족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며 노동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같은 당 윤희숙 의원을 거론하며 “귀족노조, 강성노조라는 말을 쓰면서 노동계를 열심히 때리면 보수층에선 표를 얻을지 모르지만, 개혁은 요원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적으로 돌리면 노동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쉽지 않다”며 “노동계는 고용 유연성, 기업은 사회안전망 확충 등 각자 한 발씩 물러나야 사회적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교수나 교사를 ‘기득권 세력’ ‘개혁 대상’으로 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대학 개혁에 교수가 저항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도 개혁 과정에) 본인의 학과가 폐지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라며 “교수를 갑자기 실업자로 만드는 개혁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유 전 의원은 같은 맥락에서 국회와의 관계도 중시했다. “대통령제 국가지만 대통령 혼자만으론 제도 개혁을 완수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임대차 3법’을 예로 들며 “설사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한 여소야대 국면에선 임대차 3법을 폐지하기 쉽지 않다”며 “대안으로 3주택자, 2주택자 등 민간 임대사업자가 전월세 주택을 보다 원활하고,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또 “예를 들어 지난 5년간 집값과 공시가격이 함께 상승하면서 재산세 부담이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며 “임대인이 이렇게 급격히 오른 재산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부작용 등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집값 급등의 진앙지인 수도권에서 공급을 대폭 늘려주겠다는 시그널(신호)을 주면 부동산 과열은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상황은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본다”며 “거품이 갑자기 꺼져 경착륙할 가능성도 경계하면서 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최근 2030세대에서 확산하는 공정성 논란에 대해선 “마이크 샌델 하버드대 교수 얘기처럼 ‘기회의 평등과 조건의 평등’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능력주의를 보다 우선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는 생각을 달리한다”고 했다. 그는 “어렸을 때 영어 유치원을 다니고 해외 연수를 받아 영어 소통 능력에 차이가 생겼고 이로 인해 대학 진학과 취업 과정에 영향을 받는다면 공정한 사회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격차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최대한 평평하게 보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국가가 공교육 틀 안에서 영어 교육을 책임지면 된다”고 덧붙였다.

좌동욱/성상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