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각또각'…세계로 걸어가는 동대문 K패션

패션 플랫폼 브랜디, 네이버에서
작년 이어 200억 추가 투자받아
"中·日 진출…'자라'보다 경쟁력"

연내 '도매-셀러 연결 서비스' 오픈
판매자 위한 물류 대행도 확대
서울 동대문을 기반으로 한 패션플랫폼 브랜디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잇따라 투자 유치
에 성공하고 있다. ‘패션의 메카’ 동대문 패션 생태계의 온라인화와 해외 진출을 표방한 브랜디는 올해 지난해보다 세 배가량 증가한 약 9000억원의 거래액이 기대된다. 지난해 9월과 올 4월 네이버와 산업은행으로부터 각각 100억원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최근엔 네이버가 추가로 2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브랜디는 동대문 기반 도·소매 사업을 플랫폼화해 국내 최대 패션 생태계로 자리잡은 뒤 ‘K패션’을 일본과 중국 등으로 세계화한다는 구상이다.

네이버·산은이 주목한 패션 플랫폼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브랜디는 네이버로부터 20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기로 하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투자 과정에서 브랜디는 약 6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지그재그를 1조원에, 신세계가 W컨셉을 2700억원에 인수한 후 브랜디의 기업 가치도 크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디는 2016년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의 온라인화를 외치며 등장한 플랫폼이다. 기성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형태의 다른 패션 플랫폼과 달리 동대문에서 만들어진 비(非)브랜드 상품을 판매한다. 브랜디 이전 동대문시장은 체계적인 거래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오프라인 위주의 상품 채널과 새벽 시간(밤 10시~오전 5시) 거래가 셀러들의 진입을 막았다. 현금 거래 등 결제 시스템도 낙후돼 있었다.

브랜디는 사업 시작 이후 동대문시장을 플랫폼화하기 시작했다. 동대문의 도매상과 소매상, 판매자가 브랜디 플랫폼을 통해 연결됐다. 셀러에게 주문이 들어오면 브랜디가 미리 도매상으로부터 사입해 놓은 주문 상품을 동대문 한복판에 있는 약 1만3200㎡ 규모의 풀필먼트 센터에서 소비자에게 배송해 주는 방식이다. 브랜디 관계자는 “이를 통해 감각은 있지만 경험과 인프라가 없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상공인을 확보하고 도매상과 셀러, 셀러와 판매자를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브랜디는 소매뿐 아니라 동대문의 핵심 경쟁력인 도매 상인들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셀러와 도매상을 연결하는 B2B 플랫폼 ‘셀피’가 대표적이다. 도매 상인이 상품을 등록하면 셀러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쉽게 온라인으로 매입할 수 있는 채널이다. 시범 운영 중인 이 채널이 연내 공식 오픈하면 동대문 도매상의 판로가 지방과 해외 등으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동대문 기반 K패션 세계화 포부도

브랜디는 동대문 기반 K패션의 세계화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는 자사 스마트스토어 모델의 일본 진출을 발표했다. 브랜디는 네이버와 함께 진출하는 셀러들을 위해 동대문과 일본을 잇는 물류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브랜디의 셀피는 네이버가 최근 발표한 ‘네이버 풀필먼트 연합군(NFA)’에도 포함됐다.

브랜디 플랫폼의 직접 진출도 구상 중이다. 중장기적으로 일본·중국 등에 브랜디 플랫폼을 출시하고 자사 셀러들이 동대문 기반 패션 상품을 현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서정민 브랜디 대표는 “동대문은 자라 등 글로벌 브랜드보다 수십 배 더 많은 상품을 만들어내는 세계적인 패션 시장”이라며 “K패션의 글로벌 경쟁력을 해외 소비자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외 판로를 적극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김채연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