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나선 도쿄지하철…서울 '적자철'과 뭐가 다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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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시민의 발 '극과극' 성적표긴자선과 마루노우치선 등 도쿄 도심의 지하철 노선 9개를 운영하는 도쿄메트로가 이르면 내년 주식시장에 상장(IPO)한다. 서울지하철을 운행하는 서울교통공사가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사장이 “직원들 월급도 줄 수 없는 상태”라고 우려할 정도로 경영위기에 몰린 것과 대조적이다.
도쿄메트로, 매년 수백억엔 흑자
인력은 서울지하철 절반인데
연간 수송인원은 비슷한 수준
경영합리화가 성과로 이어져
서울교통공사는 순손실만 1兆
市, 인력 감축·자산 구조조정 등
대책 내놨지만 노조 반발에 막혀
일본 국토교통성과 도쿄도는 지난 15일 자문회의를 열어 도쿄메트로의 상장에 합의했다. 교통성과 도쿄도가 각각 보유한 도쿄메트로 지분 53.4%와 46.6% 가운데 절반씩을 주식시장에서 매각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IPO 절차가 1년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내년 하반기 도쿄증시에 상장될 전망이다.도쿄증시 1부시장에 상장하려면 최근 1년간 순이익과 매출이 각각 4억엔(약 42억원)과 100억엔을 넘고, 상장일 기준 시가총액이 500억엔 이상이어야 한다.도쿄메트로는 까다로운 1부시장 상장 기준을 크게 웃도는 기업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2004년 출범 이후 처음 516억엔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전까지는 매년 500억엔 안팎의 흑자를 냈다. 기업가치는 1조엔 이상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고, 지하철 이용객이 늘어나면 500억엔 이상의 흑자를 회복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도쿄도는 매년 도쿄메트로로부터 60억엔 안팎의 배당을 받았다. 도쿄메트로의 배당을 적립한 기금 규모가 2018년 기준 620억엔에 달한다. 이 때문에 도쿄도는 도쿄메트로의 지배력을 잃을 수 있는 상장에 반대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동일본 대지진 복구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도쿄메트로 상장을 강하게 요구했다. 정부가 보유한 도쿄메트로 지분을 2027년 말까지 매각한다는 법률까지 만들었다.이는 서울지하철의 현실과는 대비된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조113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 손실은 1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엔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직원들 봉급도 줄 수 없는 사태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작년 직원들에게 1700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해 비난을 받았다.
도쿄도민과 서울시민의 발인 두 회사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도쿄메트로는 9개 노선의 195㎞, 180개 역을 운영한다. 서울교통공사는 9개 노선의 319.3㎞, 293개 역을 관리한다. 운영 규모는 도쿄메트로가 서울지하철의 3분의 2 정도지만 직원 수는 9881명과 1만6337명으로 서울교통공사가 2배 가까이 많다. 수입의 대부분을 지하철 운임에 의존하고 지출의 대부분이 인건비인 구조도 비슷하다. 서울교통공사의 공사채 발행 규모가 올해 처음 2조원을 넘은 것과 마찬가지로 도쿄메트로도 4620억엔의 회사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연간 수송 인원은 도쿄메트로가 27억6500만 명(하루평균 755만 명)으로 27억2600만 명(하루 747만 명)인 서울교통공사를 근소하게 앞섰다. 도쿄메트로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720만엔(약 7518만원)으로 7204만원인 서울교통공사와 큰 차이가 없다. 도쿄메트로의 1인당 평균 연봉이 2017년 이후 오히려 줄어든 반면 서울교통공사의 급여는 2017년보다 10.2% 뛰었다.서울교통공사는 2015년 이후 6년째 동결된 지하철 요금과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노약자 무임수송 등을 대규모 적자의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도쿄메트로의 기본요금도 2000년 160엔으로 12년 만에 40엔 인상된 이후 20년째 큰 변화가 없다. 일본 정부가 두 차례 소비세를 인상한 것을 반영해 기본요금이 168엔으로 올랐을 뿐이다.
다만 도쿄메트로는 노약자 무임승차제도를 시행하지 않는다. 도쿄도가 도내 노약자를 위해 출퇴근 시간이 아닌 운행 시간대에 할인 혜택을 주는 실버패스를 도입했지만 도쿄메트로는 예외다. 도쿄메트로의 2019년 여객 수입이 3464억엔(하루 9억4700만엔)으로 1조7024억원(하루 47억원)을 기록한 서울교통공사의 2배에 달한 것도 무임승차제도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도쿄메트로는 무임승차제도가 없는 대신 일본 최대 철도회사인 JR과 도쿄도 각 지역에 특화한 민간철도회사(사철)와 경쟁해야 한다. 도쿄도에는 18개 철도회사가 85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지하철이 사실상 독점 구조인 것과 대조적이다.결국 도쿄메트로가 비슷한 상황에서도 흑자를 유지한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로 최고의 효율성을 내는 경영합리화를 이뤘기 때문이란 평가가 많다. 서울시는 서울지하철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서울교통공사 직원 10%를 줄이는 안과 사당 복합환승센터를 비롯한 보유자산 매각 등 자구안을 내놨다. 하지만 노조 반발에 부딪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하수정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