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가의 필담으로 직조한 걸작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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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출간…세계 주요 SF문학상 석권
영미권 SF 판타지 작가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완성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장편 SF가 국내 독자들을 찾아왔다. 민음사 황금가지에서 번역 소개하는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이다.
유영번역상을 받은 장성주가 우리 말로 옮겼다.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TV 드라마 제작이 확정되는 등 대중적 인기를 누린 데 이어 지난해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영국SF협회상, 캐나다SF협회 오로라상 등 주요 SF 문학상을 싹쓸이하며 작품성까지 입증한 걸작이다. 작품 자체도 훌륭하지만, 더 눈길을 끄는 건 집필 방식이다.
캐나다 여성 소설가이자 시인인 아말 엘모흐타르와 미국 소설가 맥스 글래드스턴이 서신을 교환하는 독특한 창작 방식을 통해 씨줄과 날줄을 엮듯 함께 쓴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 SF 모임에서 만난 이후 이메일 대신 편지를 주고받는 아날로그 스타일 또는 옛날 방식으로 펜팔 하듯 우정을 쌓아가다 어느 날 서신 교환의 방식을 SF 전개에 차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후 두 작가는 '레드'와 '블루'라는 소설 속 주인공을 각자 맡아 편지가 오가는 방식으로 서사를 전개한 뒤에 하나로 합쳐 멋진 장편을 완성했다. 소설은 두 세력이 모든 시간대에서 패권을 차지하려고 대결하는 먼 미래 이야기다.
생태적 조직으로 구성된 '가든'과 기계적 조직으로 구성된 '에이전시'는 '시간의 가닥'을 오가며 역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해 우위를 점하려는 역사 전쟁을 벌이고 있다. 칭기즈칸의 기마 군단이 침공한 유럽,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 암살 현장, 대화재 직전 영국 런던, 에스파냐가 침략하기 직전 남아메리카 등 세계사를 뒤흔든 주요 변곡점이 양대 세력 간 전투 무대다.
'레드'와 '블루'는 '가든'과 '에이전시'가 벌이는 이 시간 전쟁의 선봉에 선 최정예 요원이다.
서로 존재는 알고 있지만 만난 적은 없는 두 사람은 우연한 계기로 엮이게 된다.
한 시간 전쟁에서 임무에 성공한 레드는 잿더미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봉투에는 '읽기 전에 태워 버릴 것.'이라고 적혔으나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경계심보다 호기심이 강했다.
도발적인 서신을 읽은 레드는 발신자 블루에 호승심 어린 답장을 보낸다.
시작은 경쟁심이었으나 오가는 편지가 쌓여갈수록 편지지 속 문장은 점점 사랑의 감정을 띤다.
문제는 '적과의 동침'과도 같은 이들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결국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걸 이들 두 사람도, 작가도, 독자들도 안다는 사실이다.
두 중견 작가의 지성이 결합한 만큼 소설은 지적 유희가 넘친다.
편지 속 문장은 고전부터 현대 대중문화까지 다양한 문학적 코드를 인용한다. 밥 딜런의 노래 가사, 루이스 캐럴, 존 키츠, 찰스 디킨스의 작품 등이다.
/연합뉴스
영미권 SF 판타지 작가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완성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장편 SF가 국내 독자들을 찾아왔다. 민음사 황금가지에서 번역 소개하는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이다.
유영번역상을 받은 장성주가 우리 말로 옮겼다.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TV 드라마 제작이 확정되는 등 대중적 인기를 누린 데 이어 지난해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영국SF협회상, 캐나다SF협회 오로라상 등 주요 SF 문학상을 싹쓸이하며 작품성까지 입증한 걸작이다. 작품 자체도 훌륭하지만, 더 눈길을 끄는 건 집필 방식이다.
캐나다 여성 소설가이자 시인인 아말 엘모흐타르와 미국 소설가 맥스 글래드스턴이 서신을 교환하는 독특한 창작 방식을 통해 씨줄과 날줄을 엮듯 함께 쓴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 SF 모임에서 만난 이후 이메일 대신 편지를 주고받는 아날로그 스타일 또는 옛날 방식으로 펜팔 하듯 우정을 쌓아가다 어느 날 서신 교환의 방식을 SF 전개에 차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후 두 작가는 '레드'와 '블루'라는 소설 속 주인공을 각자 맡아 편지가 오가는 방식으로 서사를 전개한 뒤에 하나로 합쳐 멋진 장편을 완성했다. 소설은 두 세력이 모든 시간대에서 패권을 차지하려고 대결하는 먼 미래 이야기다.
생태적 조직으로 구성된 '가든'과 기계적 조직으로 구성된 '에이전시'는 '시간의 가닥'을 오가며 역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해 우위를 점하려는 역사 전쟁을 벌이고 있다. 칭기즈칸의 기마 군단이 침공한 유럽,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 암살 현장, 대화재 직전 영국 런던, 에스파냐가 침략하기 직전 남아메리카 등 세계사를 뒤흔든 주요 변곡점이 양대 세력 간 전투 무대다.
'레드'와 '블루'는 '가든'과 '에이전시'가 벌이는 이 시간 전쟁의 선봉에 선 최정예 요원이다.
서로 존재는 알고 있지만 만난 적은 없는 두 사람은 우연한 계기로 엮이게 된다.
한 시간 전쟁에서 임무에 성공한 레드는 잿더미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봉투에는 '읽기 전에 태워 버릴 것.'이라고 적혔으나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경계심보다 호기심이 강했다.
도발적인 서신을 읽은 레드는 발신자 블루에 호승심 어린 답장을 보낸다.
시작은 경쟁심이었으나 오가는 편지가 쌓여갈수록 편지지 속 문장은 점점 사랑의 감정을 띤다.
문제는 '적과의 동침'과도 같은 이들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결국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걸 이들 두 사람도, 작가도, 독자들도 안다는 사실이다.
두 중견 작가의 지성이 결합한 만큼 소설은 지적 유희가 넘친다.
편지 속 문장은 고전부터 현대 대중문화까지 다양한 문학적 코드를 인용한다. 밥 딜런의 노래 가사, 루이스 캐럴, 존 키츠, 찰스 디킨스의 작품 등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