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가격은 치솟는데 관련주는 제자리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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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가격 전년比 130% 급등
美 폭염에 냉방 수요 폭증
천연가스 생산업체 주가는 제자리걸음
천연가스 가격이 매섭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6월 26일 100만BTU(1BTU는 1파운드(lb)의 물을 1기압하에서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당 1.48달러로 사상 최저치를 찍은 뒤 1년여 만에 4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21일(현지시간) 미국 투자 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이날 천연가스 선물은 전일보다 1.4% 상승한 100만BTU당 3.93달러에 거래돼 나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천연가스 가격은 연초 대비 53% 이상, 1년 전보다 130% 이상 뛰었다.
그러나 최근 천연가스 생산업체의 주가는 제자리걸음이다. 캐벗오일&가스(COG), EQT(EQT) 등 업계 선도기업들의 주가는 천연가스 선물이 30%가량 상승한 지난 2개월간 큰 주가 변동이 없었다.전문가들은 천연가스 주식이 장기 선물 가격을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투자자문사 MKM파트너스의 존 저디스 이사는 "한두 달 안에 만료되는 선물은 날씨 등에 따라 변동할 수 있지만, 결국 기업이 장기적으로 가격 환경에 대응해야 하므로 주식 투자자들은 18개월 이상의 시장 상황을 보고 투자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23년 4월에 만료되는 천연가스 선물은 2.6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최근 미국에서 폭염으로 인해 냉방 수요가 폭증하자 천연가스 가격 역시 덩달아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천연가스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큰 전력 공급원이다. 그러나 천연가스는 장기적인 전망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올해 겨울이 온난화로 따뜻해져 난방 수요가 떨어지는 등 생산량이 수요를 초과하기 시작하면 현재 가격이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천연가스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으로 가기 전 단계인지 폐기 대상인지 논쟁 중이다. 천연가스가 미래 수십 년 동안 전력 생산의 핵심으로 여겨진다면, 천연가스 생산 업체도 호황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격적인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천연가스 발전이 예상보다 빨리 단계적으로 중단될 위험도 있다.그럼에도 천연가스 수요 증가로 당분간 천연가스 관련주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게 배런스의 전망이다. 존 저디스 이사는 천연가스 가격이 앞으로 2년간 2.8~2.9달러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천연가스주에 반영된 천연가스 가격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어 저평가된 천연가스 관련 기업으로 사우스웨스턴에너지(SWN), EQT, 안테로리소시스(ARF) 등을 꼽았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