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가수스 해킹 가능성' 마크롱, 휴대전화기·번호 교체(종합)

마크롱, 긴급 안보 회의 소집…모로코, 의혹 제기한 단체 소송
스파이웨어 '페가수스' 해킹 피해 가능성이 제기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휴대전화기와 전화번호를 바꿨다고 프랑스 텔레비지옹 방송이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엘리제궁에서 긴급 국가 안보 회의를 소집해 장 카스텍스 총리, 장이브 르드리앙 외교부 장관,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대응책을 논의했다.

가브리엘 아탈 정부 대변인은 프랑스 앵테르 라디오에 출연해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르몽드,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영국 가디언 등 전 세계 16개 언론사는 앞서 각국 정부가 이스라엘 민간 보안기업 NSO 그룹이 개발한 '페가수스'로 스마트폰을 해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 언론사는 공동 취재팀을 꾸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와 프랑스 비영리 단체 '포비든 스토리즈'가 입수한 5만 개 이상의 전화번호 목록을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페가수스는 NSO가 테러범과 중범죄자를 추적하기 위해 10년 전쯤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40개국 60곳가량의 정보기관이나 법 집행 기관에 수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페가수스로 관리한 전화번호 목록에는 34개국 600명이 넘는 정치인과 정부 관리가 있었다. 여기에는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한 현직 대통령 3명, 전·현직 총리 10명, 국왕 1명이 포함됐다.

마크롱 대통령의 휴대전화 번호는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다가 1956년 독립한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정보당국이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페가수스 프로그램 목록에 들어있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의 휴대전화가 실제로 스파이웨어에 감염됐는지, 해킹을 당했는지 여부는 포렌식 검사를 받아야만 확인할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은 AFP 통신에 마크롱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교체하고, 업데이트하며 보안이 확보된" 휴대전화를 여러 대 사용하고 있어 크게 걱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모로코 당국이 관리한 것으로 보이는 전화번호 명단에서는 마크롱 정부 초대 총리인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와 당시 장관 14명의 연락처도 확인됐다.

환경부 장관을 지낸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 프랑수아 드 뤼지 의원은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해킹 시도 증거가 발견됐다며 모로코 정부에 설명을 요구했다.

모로코 정부는 원자료를 제공한 국제앰네스티와 포비든 스토리즈를 명예훼손 혐의로 프랑스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모로코 측 변호인은 "두 기관이 구체적이거나 입증할만한 증거 없이 펼친 허위 주장이 명백히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첫 공판은 10월 8일 파리 법원으로 잡혀있으나 향후 2년 동안 재판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

고객사에 책임을 돌리고 있는 NSO 측은 "마크롱 대통령이 목표가 아니었다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페가수스로 휴대전화를 해킹하면 이메일, 문자 메시지, 연락처, 위치 정보, 사진, 동영상 등을 빼내는 것은 물론 카메라와 마이크 감청까지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