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주년 김소현 "뮤지컬과 첫 만남은 우연히 찾아온 행운"

'마리 앙투아네트' 주연…"여자의 섬세함 캐릭터에 담아"
"그냥 매일매일 열심히 살았는데 벌써 20년이 지났다니 깜짝 놀랐어요. 우연히 (인생의 갈림길에서) 뮤지컬이란 길을 선택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인생은 정말 모르는 거 같아요.

"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노련한 연기와 탄탄한 가창력으로 완성형 무대를 이어가고 있는 배우 김소현이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22일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그는 뮤지컬과의 첫 만남을 "우연히 찾아온 행운"이라고 했다. 서울대 음대 대학원을 다니던 2001년 우연히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덜컥 합격이 됐다.

그것도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이었다.

초보 신인이 주인공을 맡은 것은 파격적인 일이었다. "데뷔 무대였던 2001년 12월 4일이 잊히지 않아요.

그날 커튼콜 때 큰 박수와 환호를 받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했어요.

공연 때마다 커튼콜에서 느껴지는 기쁨과 벅찬 마음이 지금까지 뮤지컬을 계속하게 한 것 같아요. "
성악으로 다져진 탄탄한 발성과 우아한 외모로 관객을 사로잡은 그는 단숨에 뮤지컬 스타로 부상했다.

이후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지킬 앤 하이드', '엘리자벳', '명성황후', '팬텀' 등 다양한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다.

지난 2016년에는 예그린 뮤지컬 어워드에서 '명성황후'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20주년을 기념해 올해 콘서트를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조용히 지나가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뭐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출연 중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오페라의 유령', '명성황후'와 함께 김소현이 꼽는 대표작이다.

초연부터 재연, 이번 삼연까지 주인공을 맡으며 '인생 캐릭터'라는 찬사도 들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마리 앙투아네트와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혁명을 선도하는 허구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의 삶을 대조적으로 그린 작품. 가장 높은 곳에서 화려하게만 살던 마리가 자식을 빼앗기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무대에 펼쳐진다.

김소현은 초연부터 마리란 캐릭터에 자신만의 해석이 많이 들어가 작품에 애착이 간다면서 "같은 역할을 하면 지겹지 않냐고 하는데 시즌마다 더 디테일한 것을 찾게 된다.

이번에는 여자의 섬세한 마음으로 캐릭터에 접근한 점이 이전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마리가 자식을 빼앗겼을 때의 감정이 많이 와닿아 2막 마지막에는 공연인지, 실제인지 모를 정도로 몰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에는 마리가 사랑하는 페르젠 백작 역으로 민우혁·이석훈·이창섭·도영(NCT 멤버)이 출연하고 있다.

이들과의 호흡에 대해 그는 "넷의 매력이 각기 너무 다른데, 매번 다른 느낌으로 공연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며 "특히 도영은 진짜 열심히 하고, 하나라도 더 알고 싶어하고, 무대에서도 차분하게 잘한다.

뮤지컬을 오랫동안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간 김소현은 왕비, 공주, 귀족 등 화려하고 우아한 역할을 많이 해왔다.

이렇듯 이미지가 한정되는 것은 배우로서 단점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한동안은 이를 바꾸려 노력도 부단히 했다.

"클래식한 목소리를 바꾸려고 했는데 제가 헤비메탈 로커가 될 수는 없더라고요.

잘할 수 있는 것에서 확장해야 하는데 너무 반대편을 추구한 거죠. 미리 알았다면 가진 것을 더 개발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섹시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지만 악역은 꼭 해보고 싶습니다.

"
'레베카'의 덴버스 부인이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프란체스카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힌 그는 뮤지컬계 후배들에게 "흉내 내려 하지 말고 자기 것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전했다.

한편 지난 4월 김소현은 남편인 뮤지컬 배우 손준호가 코로나19에 확진되며 몸무게가 3㎏이 빠질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당연히 가족은 모두 걸렸을 거로 생각했어요.

음성판정이 나와도 언제 확진으로 바뀔지 몰라 걱정이 컸죠. 결국 가족 모두 음성이 나와 감사했죠. 하지만 나머지 가족 중 아무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자 '쇼윈도 부부'라는 말도 들었다"며 웃었다.

"공연 후 관객분들을 직접 만나 사인해주고 감사 인사를 전한지도 오래됐네요.

지금은 그것이 큰 기쁨이었다는 것을 알겠더라고요.

마음껏 기립박수치고 함성 지르던 때가 그립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그런 날이 오면 가슴이 벅차 펑펑 울 것 같아요. "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은 10월 3일까지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진행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