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소비자는 언제 지갑을 열까?[삼정KPMG CFO Lou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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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글로벌 소비 트렌드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소비를 이끄는 주요 소비 축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이동하면서 전 세계 소비 패턴이 변화하는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는 언제 지갑을 열까?
신장훈 삼정KPMG 소비재·유통산업 리더(부대표)
KPMG 글로벌이 전 세계 16개국 1만8657명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담은 '나, 나의 삶, 내 주머니'(Me, my life, my wallet)란 제목의 보고서는 소비자들이 기술을 통해 디지털 고객경험 수준을 높여가고 있으며,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가치를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의 76%는 이커머스를 통한 온라인 구매가 ‘매우 중요하다’ 또는 ‘중요하다’고 응답해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온라인 소매 비중을 방증했다. 소비자 가운데 22%는 오프라인 유통 점포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오프라인 실제 공간과 모바일 사이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경험을 하는 등 ‘디지털화된 물리적 경험(Digitalized Physical Experience)’을 해 본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테크 중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음성 활용 기술 등을 경험한 소비자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13%는 점포에서 헤드셋(HMD) 착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상현실·증강현실을 경험해봤고, 15%의 소비자는 음성 기반 상호작용을, 11%의 소비자는 챗봇을 이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앞당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속도에 따라 디지털 고객경험에 대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향후에는 오프라인 매장과 디지털 공간을 연계하는 전략이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SG 등 비재무적 가치를 고려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소비자는 기업 및 브랜드의 상품을 구매할 때 기업이 윤리적이고 진실하며 투명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예전보다 각별히 살펴본다. 기업 가운데 반윤리적, 비인도적 사업을 하고 있거나 기업 프로세스에 불투명성이 발견되면 외면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기업은 ESG 경영이 리스크 관리를 넘어 새로운 가치 창출로 연결된다는 부분에 주목해 ESG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이 적용된 상품이 대거 등장하는 가운데 소비자는 그 어느 때보다 편의성을 중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할 때 제품 탐색부터 결제·배송까지의 구매 프로세스 중 그 어떤 부분에서도 구매 흐름이 단절돼 불편함이 발생하지 않기를 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이 소비자의 실생활 곳곳에 접목되면서 데이터 보안을 중시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소비자의 55%는 자신과 관련된 데이터가 보호되기를 바라고 사이버 보안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소비자의 21%는 데이터의 보안성이 강화된다면, 자신과 관련된 데이터를 기업 등 타 주체와 공유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글로벌 소비자가 중시하는 요소로는 ①동기(My motivation) ②관심(My attention) ③연결(My connection) ④시간(My watch) ⑤지출(My wallet) 5가지가 제시됐다.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할 때 기업이 지향하는 목적을 눈여겨 보며, 다른 소비자와의 연결성, 제품 탐색 시 소요되는 시간 대비 효익 등에 주안점을 둔다. 기업은 소비자의 트렌드를 정밀히 분석하며, 시간과 돈의 상충 관계를 둔 소비자에게 가장 적합한 방안을 적시에 제시해야 한다. 소비자가 지출 비중을 어떻게 설계하는지 분석하는 일 또한 기업 전략 수립의 단초가 된다. 타깃 소비자의 지출 요소를 파악해 소비자가 지갑을 열고자 할 때 기업의 상품군이 소비자 관심 영역에 포함되도록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특히 MZ세대의 경우 기업의 데이터 활용에 대해 수용적·개방적 성향을 지녔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이 소비자 자신에 대하여 본인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 밀레니얼 소비자의 31%는 ‘쿨(Cool)하다’고 여긴 반면, 전체 연령대 소비자의 31%는 ‘기이하고 오싹하다(Creepy)’고 여겼다.
아울러 밀레니얼 소비자의 30%는 기업의 환경·사회공헌 활동에 따라 구매 의사결정을 번복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ESG를 중시하는 기업의 상품에 보다 호감을 갖는다는 의미다. Z세대 소비자의 79% 역시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구매한다고 답했다. 특히 Z세대의 72%는 ‘공감(Empathy)’이 ‘매우 중요하다’ 또는 ‘중요하다’고 응답하며 자신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조직과 상품을 선호하는 성향을 보였다.
이처럼 글로벌 소비 트렌드 변화가 전방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기업들은 세대별 소비자 특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차세대 소비 축을 이끌어가는 MZ세대의 새로운 소비 패턴을 면밀히 분석해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