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거짓말, 도와주세요"…유튜브發 가짜뉴스 어디까지 [연계소문]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마리아·김수찬 등 유명인 '가짜뉴스'에 곤욕
직접 팬들에 "거짓말", "속지 말라" 당부
유튜브 이용자들, '허위정보' 가장 큰 문제로 꼽아
콘텐츠의 선한 영향력 증대 위한 자정 필요
트로트 가수 마리아, 임영웅 /사진=좋은날엔엔터테인먼트, 뉴에라프로젝트 제공
"다 거짓말이에요, 도와주세요."

가수 마리아가 최근 자신의 SNS에 남긴 호소문 중 일부다.미국 국적의 마리아는 지난 3월 종영한 TV조선 '미스트롯2'에 출연해 트로트를 사랑하는 외국인으로 대중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금발에 파란 눈동자의 그가 뽑아내는 구성진 가락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해당 프로그램을 발판 삼아 마리아는 각종 예능에 활발히 출연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그가 돌연 '거짓된 사실에 슬프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유튜브 상에서 근거 없이 떠도는 가짜뉴스 때문이었다.
마리아가 임영웅의 영어 발음을 비웃었다는 내용의 유튜브 가짜뉴스 /사진=마리아 SNS
임영웅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영어 발음을 비웃었다는 내용의 짜깁기 영상에 마리아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결국 "하지도 않은 행동으로 영상이 나왔다고 해서 봤다. 이거 다 거짓말이다. 나는 그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그 노래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임영웅을 응원하는 팬으로서 이러한 가짜뉴스가 등장한 것에 속상한 마음도 드러냈다.실제로 마리아는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이 깊은 걸로 유명하다. 미국에 살던 그가 한국으로 넘어온 이유 또한 K팝의 매력에 푹 빠져서였다. '미스트롯2' 출연 이후 한경닷컴과 만났던 마리아는 방탄소년단, 엑소, 몬스타엑스, 레드벨벳, 세븐틴, 우주소녀, 러블리즈, 더보이즈 등을 언급하며 각별한 팬심을 나타냈다. "주현미의 음색과 꺾기에 반했고, 부모님이나 고향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트로트 특유의 따뜻한 정서가 좋았다"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최근 한 방송에서는 학창 시절 미국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는데, 인터뷰 당시에도 이에 대해 이야기하며 "친구들이 놀릴 때도 나는 늘 이어폰을 꽂고 K팝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그는 "음악을 듣다 보니 한국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사를 보면서 읽고, 직접 따라 적어보면서 한국어가 많이 늘었다"고 했다.

한국어 외에 중국어, 스페인어까지 공부한 그는 인터뷰 내내 각 나라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존중과 존경을 드러냈다. 이런 마리아가 영어 발음을 못한다는 이유로 타인을 비웃었다니, 그야말로 안타깝고 무례한 가짜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또 다른 트로트 가수 김수찬 역시 유튜브 상에서 동료들에게 돈을 빌렸다는 소문이 떠돌자 직접 "트롯맨들이든 연예계 동료든 그 누구한테 전화해서 울면서 소통하거나 특히 금전적 부탁 거래는 전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임을 확실히 말씀드린다"고 해명한 적 있었다.
유튜브발 가짜뉴스의 심각성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및 백신 관련한 내용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 중인 김모(30)씨는 "돈을 주면 화이자 백신을 놔주는 병원이 있다는 한 어르신의 말을 듣고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냐고 하니까 유튜브에서 봤다고 하더라. 유튜브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전부 올바른 정보라고 믿는 일이 많아질까 봐 걱정스러웠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튜브는 지난 19일(현지시간) 건강 관련 동영상에 출처가 얼마나 권위 있는지를 나타내는 '영상 신뢰도' 표시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외의 다른 나라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백신 허위조작정보' 신고 목록이라는 별도 게시판을 만들어 제보를 받고 있다.그간 유튜브 및 1인 미디어에 대한 규제는 '표현의 자유'와 상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돼 왔다. 과거엔 규제 자체가 과도한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무분별한 허위 사실들이 쏟아지고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합리적 수준에서의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자극적인 섬네일과 근거 없는 내용들을 짜깁기한 영상이 난무해 눈살을 찌푸린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테다.

올 초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유튜브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용자들은 '내용에 대한 사실 검증'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다. 응답자의 78%가 '내용에 대한 사실 검증(허위정보/가짜뉴스 유포 않기)'을 유튜버에게 매우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비슷한 맥락으로 혐오 표현 자제·초상권 등의 인격권 보호를 포함하는 '타인에 대한 존중'(70.2%)과 조회수 미끼용 자극적·선정적 콘텐츠 생산 자제에 해당하는 '도덕성/윤리의식'(69.3%)이 뒤를 이었다. 이용자들이 콘텐츠의 흥미성이나 전문성, 독창성보다는 사실과 허위를 막론한 콘텐츠 홍수 속에서 올바르고 건강한 정보를 원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였다.

유튜버 관련 사회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도 '가짜뉴스 전파'가 1위로 꼽혔다. 87%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명백한 허위사실임을 알고도 해당 내용을 포함시켜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유포하는 행동을 지적했다. '유명인 및 알려진 사건 악용'을 심각한 문제로 본 이들도 74%나 됐다.

유튜버와 유튜브 채널에 대해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지를 묻는 문항에는 절반이 넘는 57.2%가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수준의 규제 유지'는 19.5%, '자율 규제 장려'는 18.6%였으며, 규제를 반대한다는 의견은 단 4.7%에 그쳤다.언제 어디서든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고, 여가를 즐기고, 일상을 공유할 수도 있는 세상이다.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유튜브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진 만큼, 부작용 역시 빠르게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다.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윤리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실질적 방안과 함께 콘텐츠의 선한 영향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플랫폼 자체의 적극적 자정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