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흉물이 여의도 '핫플'로…'부동산 금융 교과서' 된 파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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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완공 1주년 맞아“도대체 저기가 어디죠?”
BTS 공연 무대로 등장 화제
빌딩 내 입점한 '더현대서울'百
100일 만에 月매출 2500억 돌파
NH투자증권, 당시 2조원 조달
PF 사상 최대…순수 국내자본
실무진 "1조 넘는 사업 위험" 반대
정영채 사장 "2건 하는 셈 치자"
지난 3월 그래미 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BTS)의 무대가 등장하자 세계 팬들의 질문이 폭주했다. 화려한 도심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마천루 꼭대기에 수백 개의 조명이 설치됐고, 드론이 아찔한 높이의 상공을 날아다니며 공연을 중계했다. 유튜브에서 조회수 3300만여 회를 기록한 이 영상 덕분에 촬영지인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10년 동안 흉물로 방치됐던 철골 구조물이 글로벌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단군 이래 최대 상업용 빌딩 프로젝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파크원이 이달 완공 1주년을 맞았다. 이곳에 들어선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은 지난달 개장 100일 만에 매출 2500억원을 돌파했다. 이 건물에 있는 페어몬트 앰배서더호텔은 인기 드라마 ‘펜트하우스’ 세트장으로 사용되며 화제몰이 중이다. 흉측하다고 세간의 눈총을 받았던 빨간 기둥은 전위적인 건축물이라고 호평받기에 이르렀다. 불과 몇 달 새 벌어진 일이다.파크원은 2010년 토지 소유주인 통일교 재단과 시행사의 지상권 소송으로 약 10년간 공사가 전면 중단됐던 프로젝트다. 사업 불확실성에 종교적인 문제까지 얽히면서 수차례 좌초 위기를 맞았다. 내로라하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뛰어들었다가 모두 두 손 들고 포기했다. 사업비만 2조6000억원이 드는 초대형 개발사업이라는 점도 부담이었다. 다들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고 했다.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중국계 자금이 투입됐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파크원은 순수 국내 자본으로 지어졌다. 2016년 금융주관사로 나선 NH투자증권이 국내 상업용 부동산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인 2조1000억원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조달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실무자들이 2조원 규모의 사업은 해본 적이 없다고 모두 반대했다”며 “1조원짜리는 해봤으니 타워1, 2로 사업을 두 부문으로 나눠 1조원짜리 두 건을 한다고 생각하라고 했다”고 했다.
치밀하게 설계한 PF 기술
파크원 프로젝트는 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금융주관사 한 곳이 조달했다는 점에서 부동산 금융업계의 ‘바이블’로 평가된다. 비결은 치밀하게 설계한 파이낸싱 기법에서 찾을 수 있다. NH는 사업 진행 단계에 따라 다양한 금융기법을 활용해 대출을 일으켰다. 상업시설과 오피스 빌딩을 담보로 한 대출뿐만 아니라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신용을 동원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해 자금을 조달했다. 금융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범농협 계열사,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주요 임차기업들이 리스크를 분담했다.오피스 빌딩인 타워1은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책임임차계약을 맺어 3년간 임대료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신용도를 보강했다. NH투자증권도 후순위 투자로 참여하면서 1조4000억원을 조달했다. 타워2는 NH투자증권이 통째로 인수 약정을 맺는 강수를 던졌다. 매입 조건은 3.3㎡당 1400만원 수준으로 총 7000억원. 매입 확약 조건을 내걸자 망설이던 기관투자가들이 앞다퉈 뛰어들었다.
현대백화점을 유치한 것도 신의 한 수로 꼽힌다. 현대백화점은 파크원 입주 시 매년 최소 임대료 300억원을 최장 20년간 지급하기로 했다. 이를 기반으로 5%의 이율로 6000억원을 조달했다. 나머지 6500억원은 범농협 계열사를 총동원해 끌어모았다.업계의 우려와 숱한 난관 끝에 완공된 파크원은 사업자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다. 파크원의 가치는 사업비의 두 배 이상인 5조원대로 평가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수수료 수익으로만 1000억여원을 손에 쥐었다. 지난해 완공한 타워1과 상업시설은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 담보대출로 PF 전액을 상환했다. 타워2는 NH투자증권이 약 1조원에 직접 매입했다. 3.3㎡당 1936만원 수준으로 당초 약정 조건보다는 높지만 여의도 오피스 빌딩의 평균 거래가격이 2200만원인 것을 감안할 때 ‘남는 장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사장은 “디벨로퍼와 주관사가 준공부터 임차인 확보까지 전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설계한 점이 주효했다”며 “앞으로 파크원처럼 토종 자본과 국내 금융회사가 주관하는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