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주식' 뿌리는 기업들…주가부양 특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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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띄우기용' 무상증자 68%↑올 들어 무상증자에 나선 상장사가 1년 전보다 70% 가까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짜 신주’로 유통주식 수를 늘려 주가를 띄우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증시 호황기를 맞아 가치를 높이려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당분간 무상증자가 줄을 이을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신주발행 공시 기업 79곳 달해
노랑풍선·에코프로에이치엔 등
무증 발표하자 50% 이상 상승
"실적 좋지 않을땐 주식 가치 희석"
쏟아지는 ‘공짜 신주’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무상증자를 했거나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79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7곳)보다 68% 늘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15곳, 코스닥시장 상장사가 64곳이다.무상증자는 주주들에게 일정 물량의 신주를 공짜로 발행해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증가한 주식 수만큼 자본금 규모가 커진다. 다만 잉여금을 소진해 주식을 발행하기 때문에 기업의 전체 자본 규모엔 변화가 없다. 회계장부에 잉여금으로 분류된 자금 중 일부를 자본금으로 옮기는 셈이다. 자본은 자본금과 자본금으로 벌어들인 이익인 잉여금으로 구성돼 있다.
무상증자 자체가 직접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다. 유통주식 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당 가격을 낮춰 거래가 재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래 재개 시점에 주주들이 보유한 전체 주식 가치는 증자 전과 동일하다. 다만 유통물량이 늘고 주가는 싸지면서 거래가 이전보다 활발해지고, 무상증자 자체를 시장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인식해 통상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주가를 올리려는 기업이 주로 무상증자에 관심을 보인다.그동안 무상증자에 나선 기업 대부분은 보유주식 한 주당 1주 이하의 신주를 발행했다. 하지만 최근엔 더 많은 신주를 발행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일 여행사 노랑풍선이 구주 한 주당 신주 2주를 주겠다고 제시(무상신주 발행 비율 1 대 2)한 데 이어 15일엔 에코프로에이치엔이 구주 한 주당 신주 3주를 주는 무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에이루트는 주주들에게 보유주식 한 주당 신주 5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노랑풍선(52.5%)과 에코프로에이치엔(61.5%)은 무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50% 이상 오르면서(주가 조정 반영 후 상승률) ‘공짜 신주’ 카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유상증자 흥행 보증 삼기도
유상증자와 함께 무상증자를 추진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올 들어 눈에 띄는 변화다. 풍력발전 설비업체인 씨에스윈드를 비롯해 보령제약, 국도화학, 파멥신 등 8개사가 유·무상증자를 동시에 했거나 진행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런 방식의 증자에 나선 회사는 에이치엘비와 퓨쳐캠 등 두 곳이었다.유·무상증자를 함께 추진하는 기업은 유상증자를 먼저 하고, 이때 발행한 신주도 뒤이어 진행하는 무상증자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하면 공짜 신주도 받는다는 점을 내세워 주주들의 관심을 사로잡으려는 전략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무상 신주라는 ‘당근’을 제시해 대규모 유상 신주 발행에 따른 주식 가치 희석 우려를 최대한 잠재우려는 것”이라며 “특히 성장 중인 기업이 투자 실탄을 마련하려고 할 때 쓰기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씨에스윈드는 유·무상증자로 발행한 신주 물량(2488만5688주)이 직전 발행주식 수(1728만5715주)보다 두 배 이상 많았지만, 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해외설비 투자금 4674억원을 가뿐히 조달할 수 있었다. 주가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3일 씨에스윈드 주가는 8만8800원으로 무상증자로 풀린 신주가 상장한 지난 3월 5일(6만4700원) 이후 37.2% 올랐다.
무상증자가 반드시 주가 부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적이 좋지 않거나 자본에 문제가 있는 기업엔 오히려 주식 가치 희석 우려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달 무상증자 계획을 내놓은 더네이쳐홀딩스와 파멥신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주가 하락을 겪고 있다. 위더스제약과 영화테크 등도 무상 신주가 상장된 이후 주가가 줄곧 내리막을 타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