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카우' 된 IPTV·콘텐츠…이통3사, 非통신 매출 10년새 3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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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KT·LG유플러스, 통신 뺀 매출 17.2조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통신 외 분야에서 거둔 매출이 지난해 17조원을 넘어섰다. 탈통신 전략이 ‘구호’를 넘어 ‘성장의 기반’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공히 강조하는 ‘디지코(DIGICO)’, 즉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질적 전환이 이뤄졌느냐는 데는 물음표가 따른다. 핵심인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X) 등 부문의 실질적 성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첨단 IT분야 실적은 아직 저조해 디지털플랫폼 전환 '먼길'
탈통신의 ‘틀’ 세웠다
23일 한국경제신문이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사업보고서와 기업설명회(IR)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작년 통신 3사의 비통신 분야 매출은 1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매출에서 무선·유선통신 매출, 단말기 판매 수익 등을 뺀 수치다. 통신사들이 탈통신을 본격화한 2010년(5조8000억원)과 비교해 약 세 배로 커졌다.LG유플러스는 2010년 7월 LG텔레콤에서 ‘텔레콤’을 뺀 현재 사명으로 바꾸면서 ‘탈통신으로의 출항’을 선언했다.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SK텔레콤과 KT도 그즈음 탈통신 전략을 본격화했다.
KT가 작년 비통신 매출이 9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2010년(2조2000억원)의 네 배 수준이다. 전체 매출에서 비통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10.8%에서 작년 39.2%로 뛰었다. 3사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SK텔레콤은 비통신 매출이 2010년 2조6000억원에서 작년 5조1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LG유플러스는 1조1000억원에서 2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두 회사의 비통신 매출 비중은 각각 27.4%, 20.4%였다.
안 하는 게 뭐야?
‘이런 것도 통신사가 하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진출 사업 분야가 다양하다. LG유플러스는 자사 5세대(5G) 이동통신 등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드론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회사의 스마트드론은 방재시험연구원으로부터 ‘화재 예방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공인을 받았다. 드론을 통한 화재 감지 서비스를 공인받은 건 국내 최초다.KT는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를 통해 핀테크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로봇과 바이오헬스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KT의 서빙 로봇은 노보텔앰배서더 동대문, 대구 메리어트 등 30여 개 호텔에 상용화돼 있다. SK텔레콤은 우버와의 합작회사 우티를 올 4월 설립하며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도 SK텔레콤의 작품이다.
통신 3사의 사업 확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KT는 정관상 목적사업을 2010년 23개에서 올 1분기 말 33개로 늘렸다. SK텔레콤은 연결대상 종속회사를 2010년 32개에서 올 1분기 말 49개, KT는 40개에서 64개로 확대했다.
IPTV 등 기존 사업 의존도 커
탈통신 전략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이다. 구글, 아마존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빅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체질 전환’이란 평가를 받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비통신 매출 상당 부분이 첨단 정보기술(IT)과는 거리가 있는 분야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일례로 KT의 주요 비통신 매출은 비씨카드(3조4000억원), IPTV(1조7000억원),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를 하는 KT씨에스(9000억원), 단말기 유통을 하는 KT엠앤에스(7000억원), KT스카이라이프(7000억원) 등에서 주로 나온다. 이들 매출이 전체 비통신 매출의 80%에 이른다.
SK텔레콤도 비통신 분야 매출의 3분의 1이 IPTV·케이블TV에서 나오고 나머지도 보안(1조3000억원), 커머스(8000억원)가 대부분이다. LG유플러스도 상황이 비슷하다. 통신 3사가 최근 힘을 주고 있는 메타버스, 헬스케어, 로봇 등 사업도 아직 유의미한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다.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통신 3사가 비통신 분야 신사업을 대폭 늘렸지만 아직 확실한 ‘먹거리’는 안 보인다”며 “사업 가짓수를 늘리기보다 될 만한 사업에 확실히 무게를 싣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탈통신 전략의 질을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