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사옥 공사, 연내 층수 낮춰 본격화할 듯

'높이 경쟁' 대신 '공기 단축'…지자체 반발 예상
지난해 5월 착공 이후 가시적 진전이 보이지 않는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조만간 최고 층수를 낮추는 설계 변경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서울시·강남구·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GBC 최고 층수를 기존 1개 동 105층에서 70층 또는 50층으로 낮추고 건물 개수를 늘리는 방향의 설계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가 아직 입장을 공식화한 바는 없지만, 설계 변경이 유력한 가운데 최고 경영진 결정만 남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설계를 변경하려면 서울시에 신청해야 하는데 겨울이 되면 토목공사 진척이 늦어져 늦어도 올 가을 전에는 최종 결정과 신청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GBC는 원안대로 지을 경우 지상 105층·높이 569m로 제2롯데월드(555m)를 제치고 한국 최고층 건물이 된다.

현대차는 이런 '높이 경쟁' 대신 층수를 낮춰 공기를 단축하는 실리를 택하려는 차원에서 설계 변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변수는 자치단체 반발이다. 강남구는 설계 변경 얘기가 흘러나온 연초부터 '원안 추진'을 요구했고 정순균 구청장이 정의선 회장 면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원안대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구 관계자는 전했다.

설계 변경은 사업자인 현대차와 인허가권자인 서울시 사이에서 결정될 일인 만큼 강남구가 개입할 여지는 적다. 다만 실제 공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관할 구청 협조가 필요하므로 강남구와 현대차 간 원활한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현 구청장이 임기를 마치는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상황을 지켜보다가 설계 변경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현대차는 시간을 길게 끌지 않으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현대차의 설계 변경 신청이 있으면 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공공이 아닌 민간사업인 만큼 현 단계에서 개입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GBC 공사는 기초 터파기가 진행 중으로, 착공 이후 1년 이상 지난 현재 공정률이 1.2% 수준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