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건물 붕괴참사 '원인과 책임자' 흩어진 퍼즐 맞춘 수사본부

중간 브리핑 통해 수사결과 발표 예정…원인·책임자 수사 사실상 마침표
계약·재개발사업 의혹 수사는 이제 시작…광범위한 의혹 규명 여부 관심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내주 원인·책임자 규명 분야 수사결과를 발표한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원인분석 결과를 토대로 책임자 수사 성과를 종합해 발표할 예정인데, 이번 발표로 사고원인과 책임자를 규명하는 수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는다.

붕괴참사 수사는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기점으로 2막에 접어든다.

참사 이후 각종 계약 비위와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의혹 제기가 쏟아졌는데, 경찰은 참사의 배경을 밝히는 수사에 집중한다.
◇ 원인과 책임자 규명, 흩어진 퍼즐 맞췄나?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오는 27일 또는 28일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원인과 책임자 규명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상식 밖의 붕괴 사고가 발생하게 된 원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23일 원인 분석 결과를 수사본부에 통보했다.국과수는 지난달 9일 사고 발생 직후부터 총 5차례에 걸쳐 현장 감식을 했고, 감식 결과를 적용한 시뮬레이션으로 사고원인을 분석했다.

철거 중인 건물이 도로 쪽으로 한꺼번에 넘어지며 붕괴하는 과정에는 '미는 힘'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는 힘'이 어떤 원인과 과정으로 발생했는지를 국과수가 구체적으로 규명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현재까지 수사 결과, 현장에서는 해체계약서를 위반한 건물 한쪽 면을 상층에서 하층으로 한꺼번에 무너트리는 불법 철거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부실하게 쌓은 토사에 오른 굴착기가 철거과정에서 토사와 함께 기울어 건물에 충격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분진을 줄이기 위한 과도한 살수가 건물에 하중을 줬다는 추정과 함께 지하층과 건물 하부에 토사를 제대로 쌓지 않는 등 안전조치도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은 이 같은 불법 철거 정황을 토대로 총 9명을 입건하고, 불법 철거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거나 묵인·방조한 이들 5명을 구속했다.

결국 책임자들을 신병 처리한 근거를 국과수의 원인 분석 결과가 뒷받침하는지가 이번 수사 결과 발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경찰은 국과수의 원인 분석 결과를 상세히 검토해 책임자들에 대한 범죄사실과 연관 지어 정리, 원인·책임자 규명 분야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 1막 내린 붕괴 참사 수사…각종 비위 규명 2막 수사 착수
원인·책임자 규명 수사는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후 나머지 입건자들의 신병처리를 진행하고, 사건을 송치하면 사실상 마무리된다.

이제 남은 것은 계약 비위와 재개발 비리 의혹 등에 대한 수사다.

이 분야를 수사하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현재 16명을 입건해 계약 비위 혐의로 브로커 1명을 구속했다.

이제 각종 증거 자료를 분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하는 단계다.

참사 직후 해당 재개발 구역에서는 각종 비위 의혹이 쏟아졌다.

철거 공사 계약 과정에서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고,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이 속칭 브로커로부터 뒷돈을 받은 정황도 일부 드러났다.

조합이 계약한 각종 공사비의 부풀리기 의혹도 제기됐고, 보류지를 정관계 로비에 활용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도 쏟아졌다.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압수수색을 진행해 관련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자료를 수집, 증거를 분석하는 데에 집중했다.

현재는 증거분석을 어느 정도 마쳐 철거 공사 등 계약 과정에서 업체 선정을 조건으로 금품을 받은 브로커 1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냈다.

이제는 계약 비위 과정에서 조합이나 시공사 측이 관여했는지를 구체적으로 규명해야 하고, 다른 각종 의혹도 순차적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다"며 "장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수사인데, 어느 정도 진척시킨 후 관련자를 한꺼번에 신병 처리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또 "이번 참사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모두 검토해 한 점 의혹이 남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