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목동 아파트 10억 오를 것 알아도 파는 게 공직자"

원희룡 제주지사 대권 출마 공식 선언

"클래스가 다른 나라를 만들겠다"
"대한민국 망친 모든 정책 되돌려 놓겠다"
"100조 원 코로나19 회복 프로젝트 추진"
"대통령 되더라도 정치 보복 안해"
“대한민국을 망친 문재인 정부의 모든 실패한 정책을 되돌려 놓겠다. 클래스(class·차원)가 다른 나라를 만들겠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0일 내년 3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야권인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이어 원 지사 등 당내 잠룡들이 대권 가도에 가세하면서, 야권의 경선 레이스도 서서히 달궈지고 있다. 원 지사는 이날 유튜브 채널 ‘원희룡TVv’를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출마 선언식을 열었다. 원 지사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우선 해야 할 일들이 있다”며 “법치파괴, 소득주도성장, 임대차 3법, 탈원전, 주52시간제 경제와 일자리, 집값 에너지, 대한민국을 망친 그 모든 실패한 정책을 되돌려 놓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육, 교육, 실업, 빈곤, 창업 그리고 청년 분야에서 담대한 국가 찬스(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선 1호 공약으로 “100조 원 규모 담대한 (코로나19) 회복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아르바이트생, 실업자 등 코로나19로 생존 기반이 무너진 국민들이 앞으로 경제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쓰여질 것”이라며 “담대한 회복은 생존 회복에 그치지 않고, 자영업의 구조전환과 생산성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될 것”이라고 했다. 재원 조달 계획도 공개했다. “대통령 취임 즉시 헌법(76조)이 부여하는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하겠다”며 “100조 원의 50%는 임시 특별 목적세, 국채발행 등을 통해, 나머지 50조 원은 5년에 걸쳐 매년 예산 조정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공약은 “임기 중 전 국민을 대상으로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과 대조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선별 복지 공약이긴 하지만 보수 진영의 대선 주자들도 현금 퍼주기 경쟁에 가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 지사는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지방자치단체 운영 경험과 깨끗한 도덕성을 내세웠다. 그는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 도전자이고 야당”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실패한 사람으로는 안된다, 가장 깨끗하고 젊고 혁신적인 사람으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지사가 되면서 서울 목동 아파트를 팔고 (제주로) 간 것은 10억 원이 넘게 오를 것을 몰라서가 아니었다”며 “공직자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총장을 염두에 두고서는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된 사람이 하는 청산은 보복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최근 당내에서 윤 전 총장을 향한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선 “윤 전 총장을 공격하거나 조롱하는 것은 아마추어적이고 잘못된 것”이라며 "윤석열은 야권의 보호해야 할 자산”이라고 했다.
원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거론하면서도 “정치 보복은 단호하게 반대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문 정부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적폐 세력으로 몰아 사법처리한 것과 같은 ‘정치 보복’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국민이 승복하면서 미래로 나갈 수 있는 정치적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정책과 큰 방향에 대해선 “양극화 이중구조의 해소를 위해 집, 일, 교육에서의 격차를 줄이는 데 힘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임대차 3법을 즉각 폐기하고 주택공급 확대와 내 집 마련 지원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업 정책에 대해선 “좋은 일자리는 정부 재정이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과 지자체에 맞춤형 규제 개혁과 지원을 늘리겠다”고 했다.

원 지사는 이날 출마 선언을 통해 지난 8년간의 머물도 제주도에서 벗어나 여의도 정치로 복귀했다. 아직 대선 후보 지지율은 1% 안팎에 머물고 있지만, 당 내에선 “대통령 후보로서 갖춰야 할 자질은 다 갖췄다”(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용태 전 자유한국당(현재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원 지사의 대선 캠프를 총괄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날 원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오는 9월 시작될 국민의힘 당내 경선이 불붙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거론되는 야권의 대선 후보는 총 15명인데, 계속 숫자가 늘고 있어 최종 후보는 20명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홍준표·박진·김태호·하태경·윤희숙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유승민 전 의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장기표 경남 김해을 당협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당 밖에선 윤 전 총장을 비롯,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장성민 전 의원 등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차적으로는 야권 1위 후보인 윤 전 총장의 입당 여부가 야권 경선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처럼 국민의힘 후보가 먼저 정해진 후 제 3지대 후보와 단일화를 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