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대회 첫 2관왕' Z세대 신궁 안산은 '집순이 잠공주'

특별취재단 = 2020 도쿄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에 도전하는 안산(20·광주여대)은 의외로 '대기만성'형인 선수다.

안산의 양궁 경력은 광주 문산초 3학년 때 시작한다. 문산초에는 당시 남자팀만 있었다.

그런데 안산이 어느 날 양궁부에 직접 찾아가 "나도 활 쏘고 싶어요"라는 말과 함께 입부했다고 한다.

그렇게 문산초는 남녀 선수들을 모두 가르치는 팀이 됐다. 안산의 열의와 가능성을 눈여겨본 노슬기 문산초 코치는 철저하게 성적이 아닌 기본기 위주로 교육했다.
한국 양궁은 초등부 때부터 '무한경쟁'인데, 노 코치 덕에 안산은 여기에서 살짝 벗어나 있었다.

당장의 대회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멀리 바라보며 기초 훈련에 집중했다. 노 코치의 선택은 옳았다.

그의 품을 떠나 광주체중에 입학한 안산은 중학교 2학년부터 입상 횟수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3학년에는 문체부장관기에서 6관왕 전 종목 우승을 해내며 자신의 이름을 국내 양궁인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2017년 유스세계선수권 혼성전 은메달, 2018년 아시아컵 3차 개인전 은메달, 2019년 월드컵 4차 개인전 금메달, 도쿄올림픽 테스트이벤트 개인전 금메달 등 굵직한 성과가 이어졌다.

그러더니 첫 올림픽 무대에서는 김제덕(경북일고)와 '막내 듀오'로 나선 혼성전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따냈다.

여기에 25일 강채영(현대모비스), 장민희(현대고) 등 언니들과 함께 나선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2관왕의 감격을 누렸다.

안산이 혼성전 결승 뒤 '가장 고마운 분'으로 꼽은 김성은 광주여대 감독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안산이 금메달을 따낸 것은 노 코치가 기본기부터 잘 다졌기 때문"이라며 공을 제자의 전 스승에게 돌렸다.
지도자들은 안산이 워낙 차분하고 멘털이 좋아 '원조 신궁' 김수녕처럼 롱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김수녕은 1988년 서울 대회부터 12년 뒤인 시드니 대회까지 올림픽 무대를 누볐다.

멘털 유지의 비결은 '잠'과 '집순이 생활'이다.

안산은 훈련이 없는 날은 낮 12시 넘게까지 푹 잔다고 한다.

잠은 벌써 여성 팬들의 선망 대상이 된 '꿀피부'의 비결일 수도 있다.

또 외부 활동보다는 집에서 영화나 책을 읽으며 여가를 보낸다고 한다.

특히, 독서는 사선에서 보여주는 놀라운 집중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안산이 밖에 잘 안 나간다고 해서 심심하기만 한 친구는 아니다"라면서 "경기장 밖에서는 활발하고 잘 웃고, 재미있는 농담도 하는, 영락없는 스무 살"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