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태권도 첫 金 뒤엔 '한국인 감독' 있었다

최영석 2002년부터 대표팀 지도
최우수지도자상·왕실 훈장 받아
"태국 올림픽史 새로 써 영광"

사진=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의 메달 획득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종주국’으로서의 위엄은 지켜내고 있다. 한국인 감독이 이끄는 팀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의 사상 첫 태권도 금메달 뒤에도 한국인 지도자 최영석 감독(47·사진)이 있었다.

지난 24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 첫날 여자 49㎏급 결승에서 태국의 파니파크 옹파타나키트(24)가 스페인의 아드리아나 세레소 이글레시아스(18)를 11-10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태국 태권도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다. 태국은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올림픽 태권도에서 5개의 메달(은 2, 동 3)을 땄으나 금메달은 없었다.

최 감독은 2002년부터 태국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옹파타나키트를 주니어 시절부터 11년째 지도한 것도 그다. 최 감독은 2006년 태국체육기자협회 선정 최우수지도자상과 왕실이 수여하는 훈장을 받았다. 그가 부임한 이후 태국은 태권도 신흥 강국으로 떠올라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수확한 데 이어 이번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추가했다. 최 감독은 “늘 올림픽 금메달이 목표였지만 번번이 은·동메달에 머물렀다. 이번에는 정말 가능성이 보였고 욕심도 있었다”며 “태국 태권도 역사를 새로 쓰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태국 귀화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태국에서 20년을 살면서 태국 국민에게 받은 많은 사랑에 보답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며 “몇 년 전부터 태국으로부터 귀화 요청을 받고 고민하다가 더 큰 그림을 그리고자 무거운 마음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늦어도 오는 9월께는 귀화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 감독 외에도 여러 종목에서 한국인 지도자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태권도팀에서는 최준식 코치가 지도자로 일하고 있다. 태권도 이외 종목에선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 박주봉 감독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부터 일본 배드민턴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양궁에서는 이기식 감독이 2006년부터 미국 대표팀을 맡아 한국 양궁의 ‘DNA’를 심고 있다. 그의 지도 아래 성장한 브래디 엘리슨(33)은 한국 남자 양궁에 가장 위협적인 선수로 꼽힌다. 엘리슨은 23일 열린 남자 개인 예선 랭킹 라운드에서 오진혁(40), 김우진(29)을 밀어내고 2위를 차지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