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막내들의 반란'…베테랑 잇단 고배에도 희망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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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진종오·펜싱 구본길 등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의 간판 스타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는 이변이 이어지고 있다. ‘사격의 신’ 진종오(42)가 지난 24일 10m 공기권총에서 15위에 머물러 결선 진출에 실패했고, ‘펜싱 베테랑’ 구본길(32)도 같은 날 사브르 개인전 32강에서 탈락했다. 9년 만에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 양학선(29)도 도마 예선 9위에 그쳐 8명이 겨루는 결선 티켓을 놓쳤다.
간판스타 결선 진출 잇단 실패
도마 양학선 예선 9위에 그쳐
"선배님, 후배들이 있어요"
'탁구 신동' 신유빈 32강 진출
'박태환 기록' 넘어선 황선우
11년 만에 한국 수영 신기록
여서정, 체조 도마 결선행
그래도 한국 올림픽 선수단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이들의 빈자리를 ‘무서운 10대’들이 빠르게 메꾸고 있기 때문이다. 포효하듯 내지르는 ‘파이팅’으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10대 궁사’ 김제덕(17) 외에도 수영, 탁구, 배드민턴 등에서 10대 선수들이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뉴 마린보이’ 황선우(18·서울체고)는 25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수영 남자 자유영 200m 예선에서 1분44초62를 기록하며 전체 1위로 준결승에 안착했다. 박태환이 세운 한국 최고 기록도 11년 만에 갈아치웠다.
이날 자유형 200m 예선에서 3조 5번 레인에 선 황선우는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150m를 선두로 1분17초01로 통과한 뒤 터치패드를 찍은 시간은 1분44초62. 박태환이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3관왕에서 세운 1분44초80을 11년 만에 0.18초 앞당기며 한국 수영의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황선우는 ‘박태환 키즈’다. 박태환이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2008년 수영을 시작했다. 그때 그의 나이 만 5세였다.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자유형 100m에서도 박태환의 기록을 넘어섰다. 황선우는 26일 오전 준결승에 나선다. 자유형 100m 단체전인 계영 800m에도 출전한다.
‘탁구 신동’ 신유빈(17)도 이날 41살 차이의 백전노장 니 시아리안(58·룩셈부르크)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파란을 일으켰다.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2회전에서 신유빈은 경기 초반 니 시아리안의 낯선 플레이 방식에 고전했다. 2000년 시드니대회부터 올림픽 무대만 다섯 번째 나온 니 시아리안은 왼손 펜홀더 전형으로 테이블 구석구석을 찔렀다. 변칙적인 플레이에 신유빈은 2-11로 첫세트를 내줬다. 하지만 2세트부터 상대 플레이를 파악하며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6세트까지 3-3으로 팽팽하게 승부를 주고받았지만 최종 승자는 젊은 패기로 무장한 신유빈이었다. 강한 드라이브로 몰아붙인 공세에 니 시아리안의 노련함이 무너졌다. 신유빈은 7세트를 11-5로 따내 짜릿한 역전승을 올리며 3차전에 진출했다.
신유빈은 5세 때 TV 예능프로그램에 ‘탁구 신동’으로 소개됐다. 2019년 만 14세11개월16일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혔다. 고등학교 진학 대신 대한항공 실업팀 입단을 선택한 강단도 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전날 열린 1차전에서는 첼시 에질(가이아나)을 4-0으로 완파했다.
여서정(19)도 이날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예선 도마종목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800점을 획득해 전체 5위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랐다. 여서정은 전 도마 국가대표인 여홍철 경희대 스포츠지도학과 교수의 딸로, 대를 이어 올림픽 메달 획득을 노린다.
조수영/조희찬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