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아파요"…40도 비닐하우스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농장 이주노동자 2만5천여명…무더위 때 노동 금지해야"
"너무너무 더워요. 종일 머리가 아파요.

배도 아파요.

일 많아 병원에 못 가요. "
경기도의 한 채소농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인 스레이낭(가명)씨는 폭염이 지속되는 이번 여름 내내 두통과 복통으로 고생 중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온종일 비닐하우스에서 상추를 수확해 수백 개의 박스에 담는 일을 한다.

매일 오전 6시에 나가 오후 6시에 퇴근한다. 쉴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 1시간뿐이라 하루에 11시간을 일한다.

한낮 기온이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 비닐하우스 안은 더욱 달궈져 40도가 넘는 가마솥이 된다.

스레이낭씨와 동료들이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물을 마시는 것뿐이다. 매일 수ℓ의 물을 마시는데도 땀이 너무 많이 흘러 화장실에 자주 갈 일도 없다고 한다.

스레이낭씨는 배를 쓰다듬으며 "물을 많이 마셔 배가 많이 아픈데 병원에 갈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에 이틀만 쉰다.

같은 농장에서 일하는 또 다른 캄보디아인 다라(가명)씨도 올해 여름이 유난히 힘들다.

퇴근하고 돌아온 기숙사는 창문 하나 없는 임시건축물 안에 있다.

다라씨의 방 안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만, 너무 낡아 시원한 바람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는 열대야가 심한 밤이면 잠도 못 자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새벽에 겨우 출근한다.

다라씨는 "바람도 불지 않아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캄보디아보다 더 더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수확한 상추는 서울 등 수도권 시민들의 식탁 위로 오른다.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김달성 목사는 26일 "이주노동자의 노동력 없이 우리 밥상 위에 오르는 채소와 과일 재배는 불가능하다"면서도 "이들은 '물건' 취급을 받으며 하루의 절반은 찜통 같은 비닐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은 폭염 속에서도 작업을 이어가는 농장 이주노동자가 약 2만5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더운 낮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옥외작업을 하지 않도록 사업주에 강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의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주노동자들이 더운 낮에 휴식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기숙사 시설에 살 수 있도록 사업주에 대한 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도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무더위 시간대(오후 2시∼오후 5시)에 옥외작업을 피하라고 정부가 권고만 할 것이 아니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