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산 SW 도약, 유지관리 요율부터 글로벌 발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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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배 < 티맥스소프트 대표·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소프트웨어(SW) 구축 사업의 끝은 고객사 납품이 아니다. 지속적인 유지 보수를 통한 관리와 이를 통한 기능 혁신이 필수적으로 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고객은 SW 기업에게 유지관리 비용을 지불한다.
해외의 경우, 유지관리 및 기술 지원 등의 활동은 연구개발과 비등하게 중요한 영역으로 여겨진다. 제품 및 솔루션 개발-시스템 구축-유지관리 및 기술 지원이 하나의 사이클을 이루어 고객은 각 단계에 대한 정당한 값을 치르고, SW 기업은 그에 상응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반면 국내 기업 및 기관에서의 유지관리에 대한 인식 수준은 아직 부족하다. 원활한 시스템 운영의 기반이 되는 유지관리 업무는 부가적인 단순노동으로 치부되며, 유지관리 비용 역시 SW 기업의 불로소득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인식의 격차에서 국내-해외 유지관리 방식의 차이가 발생한다. 먼저 국내 SW 기업은 솔루션납품 이후 약 1년간의 무상 유지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지원은 현장 지원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해외의 경우 모든 유지관리 서비스가 유상이며, 온라인을 통한 정보 제공 방식이 보편적이다.
비용 측면에서의 차이도 크다. 국내 공공분야에서의 평균 유지관리 요율은 라이선스 구매 비용의 약 10% 정도다. 특정 분야는 5%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글로벌 기업에게 평균적으로 책정되는 유지관리 요율인 20%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SW 기업은 충분한 유지관리 비용을 통해 지속적인 시스템 업그레이드 및 기술지원 서비스 고도화를 이룰 수 있다. 일부 비용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향상시킨다. 이에 반해 국내 SW 기업은 부족한 유지관리 비용에 대한 부담을 떠안아 제품 판매비 등 타 영역에서 발생한 이익을 연구개발이 아닌 유지관리에 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유지관리 요율의 격차는 유지관리 서비스의 질과 제품의 경쟁력 차이로 이어질 것이다. 국내 SW 기업은 오랜 세월 동안 연구 개발에 매진해 글로벌 기업과 비등한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데에 성공했다. 이제 국내 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SW 기술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인식 개선과 글로벌 SW 기업에 준하는 유지관리 요율 상향 등의 제도적 지원이 함께한다면 한국에서도 글로벌 SW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