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전쟁통에 그려낸 고향 풍경…장욱진 '나룻배'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황소, 가방을 멘 소년, 닭을 안고 있는 여인, 자전거와 함께 있는 소년, 뱃사공…. 장터에 다녀오는 사람들과 짐을 가득 실은 나룻배가 강나루에 정박해 있다. 기다란 배를 타고 있는 이들이 일렬로 서서 정면을 보고 있는 모습이 일견 어색할 수 있지만, 화사하고 부드러운 필치로 연출한 정감 있는 분위기가 미소를 자아낸다. 장욱진 화백(1918~1990)이 어릴 적 고향에서 본 강나루의 풍경을 표현한 ‘나룻배’(1951)다.

장 화백은 국권 침탈과 해방, 전쟁과 민주화 등 격동의 현대사를 살면서도 시대와 불화하지 않았다. 대신 가족과 나무, 새, 동물 등의 정겹고 단순한 이미지들로 동심과 해학을 표현해 독창적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6·25전쟁 중 고향인 충남 연기군에 잠시 피신해 있을 때 그린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재료가 부족해 1939년 그린 ‘소녀’의 뒷면에 그린 것이지만, 전쟁 중 어려운 형편에 그린 작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로운 분위기가 담겨 있다.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에서 장 화백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과 이면의 소녀 그림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13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