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광폭 M&A…'제2 디즈니' 꿈꾼다

배틀그라운드 스토리 활용
영화·웹툰·웹소설까지 제작

장병규 의장 "게임을 무기로
글로벌 콘텐츠기업 도약할 것"

IPO 계기로 사업영역 확장
하반기 신작 '뉴스테이트' 출시
게임회사 크래프톤이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국내외 콘텐츠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선다.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웹툰, 웹소설 제작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크래프톤은 26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상장 이후 계획을 처음 공개했다. 2007년 설립된 이 회사는 펍지스튜디오가 개발한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성공을 거두면서 글로벌 게임회사 반열에 올랐다. 배틀그라운드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팔린 게임으로 ‘오픈월드 배틀로얄’이라는 새로운 게임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동시 1위를 기록한 유일한 게임이기도 하다.

웹툰, 애니메이션, 영화에도 도전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의 스토리를 웹툰,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 형식으로 콘텐츠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더 그레이’ ‘론서바이버’ 등 글로벌 흥행작을 제작한 아디 샨카를 영입했다. 최근에는 배틀그라운드의 탄생 비화를 담은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언노운’과 배우 마동석 주연의 단편 영화 ‘그라운드 제로’도 공개했다. 게임과 시너지를 내면서 지속 성장이 가능하려면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콘텐츠 분야에서는 경험이 일천하지만 우리에겐 확장성 있는 강력한 무기인 게임이 있다”며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고객의 요구에 부흥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창한 대표도 “기존 팬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함으로써 펍지 유니버스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이번 상장으로 최대 약 4조3000억원을 조달한다. 2010년 상장한 삼성생명(4조8881억원)에 이어 국내 IPO 역사상 두 번째 규모다. 공모 자금의 70%는 M&A에 투입한다. 잠재력 있는 지식재산권(IP)과 게임 개발 역량을 갖춘 스튜디오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나머지는 인도, 중동, 북아프리카 시장 확대와 딥러닝 등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에 사용한다.신작 게임도 선보인다.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는 오는 9월,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내년 여름 출시될 예정이다.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 소설을 바탕으로 한 ‘눈물을 마시는 새’의 게임도 제작하고 있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 투자할 기회”

크래프톤은 이날 공모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에 반박했다. 크래프톤의 희망공모가격은 40만~49만8000원으로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25조원에 달한다. 국내 게임 대장주인 넥슨(21조6000억원), 엔씨소프트(18조2000억원)보다 높아 고평가 논란이 일었다.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는 저평가됐다는 말도 있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고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도 흥행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장 의장은 “크래프톤 상장은 국내 투자자가 글로벌 게임 시장에 투자할 좋은 기회”라며 “삼성전자도 한국 시장만 바라보면 그런 시가총액과 규모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전체 매출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크래프톤은 올 1분기 기준 매출의 71.8%가 중국 텐센트에서 나왔다. 배 CFO는 “텐센트가 중국에서 배틀그라운드 IP 기반 ‘화평정영’을 서비스하고 크래프톤에 수수료를 주고 있으며 그 외에도 북미·동남아시아 등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퍼블리싱하며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며 “실제 이용자 기준으로 보면 중국 고객은 절반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27일까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마무리하고 29일 공모가를 확정한다. 다음달 2~3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다. 대표 주관사 미래에셋증권, 공동 주관사 NH투자증권, 인수회사 삼성증권에서 청약할 수 있다. 3개 증권사에서 중복 청약이 가능하다. 공모주식 수는 총 865만4230주다. 8월 초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구민기/전예진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