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이면 끝날 혼란이라더니…전세는 물론 매매값까지 폭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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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전국 전셋값“1989년 임대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도 4~5개월 정도 임대 가격이 상승하는 등 시장 혼란이 있었다. 이번에도 몇 개월 있으면 안정을 찾을 것이다.”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2법으로 인한 전셋값 상승 우려가 제기되자 이같이 공언했다. 제도 정착에 얼마간의 시간은 필요하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 외곽·경기까지 억단위 상승
전세보다 월세 비중 더 높아져
임대차 시장 '아수라장'
같은 단지 전셋값 4배 차 등장
집주인-세입자 분쟁 10배 늘어
그러나 오는 31일 임대차2법이 시행 1년을 앞두고 상황은 전혀 딴판이다. 전세가격은 사상 최장기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각종 분쟁까지 늘면서 임대차 시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임대차법은 ‘전셋값 폭등법’
임대차2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전세시장은 안정적이었다. 지방 시장은 4∼5년 동안 이어진 전셋값 하락으로 속앓이를 했을 정도다.전·월세상한제 등이 본격 시행된 7월 31일 이후 상황은 급반전됐다. 그전까지 국민은행 주간통계 기준 0.50% 언저리에서 소폭 상승하던 서울과 전국 전세가 상승률이 최대 10배 가까이 뛰었다. 전세 수요가 몰린 지난해 11월에는 서울은 0.70%, 지방은 0.39% 오르며 주간 역대 최대 상승률을 갈아치웠다.국가 공인통계로도 지난 1년간의 혼란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새 임대차법 도입 직전인 작년 6월 중순부터 올해 6월 중순까지 1년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0.26% 상승했다. 직전 1년간 2.18%와 비교하면 다섯 배 가까이 높다. 연간 상승률 기준으로 보면 2011년(15.38%) 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상승률이다. 특히 전세가 상승은 서초구(10.86%), 송파구(10.20%), 강동구(9.64%) 등 강남권뿐 아니라 동작구(8.81%)와 관악구(7.88%), 노원구(7.89%), 성북구(7.14%) 등 전방위적이었다.
서울 중심에서 밀려난 임대차 수요가 서울 외곽으로, 이어 경기권으로 차례로 넘어가면서 수도권에서 전셋값이 억 단위로 뛴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중간가격대 아파트에 사는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더 큰 주거난을 겪고 있다.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1년간 서울 3분위 전세가는 4억4767만원에서 5억7819만원으로 29% 상승했다. 1년간 1억2000만원 넘게 오르며 전 분위에서 가장 가파르게 전세가가 올랐다. 이 통계는 전세가격에 따라 하위 20%(1분위)부터 상위 20%(5분위)까지 총 다섯 개로 구분한다.
‘월세화’ ‘이중 가격’ 등 부작용 속출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올 상반기 이뤄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총 8만2316건 중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거래는 2만8150건으로, 전체의 34.2%를 차지했다. 작년 같은 기간 월세 거래 비중 28.6%(9만5437건 중 2만7331건)보다 5.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월세 비중이 늘어난 만큼 전세 비중은 줄어들었다.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영향을 준 서초구 반포동에서는 아예 월세 비중이 전세를 넘어서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1~10일 반포동에 나온 월세매물은 누적 7804건으로 전세 7680건을 앞질렀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집주인은 보유세 부담 때문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결국 부담은 매달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월세를 더 내야 하는 세입자들이 지게 된다”고 말했다.다른 부작용도 많다. 전세 이중가격과 임대차분쟁이 대표적이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전세 8억원에 실거래 등록됐다. 지난 5월 거래된 2억원과 무려 4배 차이가 난다. 대치동 ‘은마’ 전용 76㎡(9억5000만원 vs 4억5000만원),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19㎡(21억원 vs 9억7650만원) 등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사례도 흔하다.
또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임대차 계약 종료·갱신 관련 분쟁 건수는 법 시행 전 월평균 2건(2020년 1∼7월)에서 법 시행 후 22건(2020년 8월∼2021년 6월)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6월 1일 임대차 3법의 마지막인 전·월세신고제까지가 시행됐다. 이후 신고 기준(월세 30만원)을 피하기 위해 월세를 29만원으로 낮추면서 관리비를 30만원 가까이 책정하는 식의 꼼수도 나오고 있다.
이유정/장현주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