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사 스폰서' 포토라인 세운 피해 배상해야"

1심과 달리 2심서 일부 인정…"공인으로 볼 수 없어"
고등학교 동창 검사의 '스폰서'로 알려진 사업가 김모씨가 검찰이 강제로 포토라인(사진 촬영지역)에 세워 초상권이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5부(이숙연 서삼희 양시훈 부장판사)는 23일 김씨가 정부와 당시 수사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김씨에게 1천만원을 지급하라"며 1심과 달리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김씨는 2016년 현직에 있던 고교 동창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나 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로 불렸다.

둘 사이에서 오간 금품의 대가성을 놓고 검찰 수사가 진행됐고, 김 전 부장검사는 재판 끝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천500만원을 확정받았다. 김씨도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 1천만원이 확정됐다.

이후 김씨는 2016년 9월 5일 법원으로 호송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공인이 아님에도 검찰이 억지로 포토라인에 세워 자신과 가족이 고통받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재판에서 수사관들에게 얼굴 등을 가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수사관들이 이를 거부하고 강제로 포토라인에 세웠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스스로 언론의 관심을 유도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한 점 등을 들어 검찰이 강제로 포토라인에 세운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김씨의 태도가 "신체가 결박되어 스스로 회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굴하거나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김씨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어떤 의미에서도 공적 인물이라고 볼 수 없다"며 "신원과 초상 공개를 정당화할 사유가 없으므로 원고는 위법하게 초상권을 침해당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당시 김씨를 포토라인에 세웠던 수사관들에 대해선 "수사상황 공개 금지 등의 규정을 적극적으로 위반했다고 인정할 수 없고, 원고의 얼굴 등을 가려줄 의무가 법령이나 법무부 훈령에 명시적으로 규정돼있지 않았다"며 김씨의 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