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4체급에서 올림픽 기록 21개…도핑 스캔들의 이면

역도 종목 체급 재편으로 14체급 모두 '새로운 종목'
의도적인 기록 양산
특별취재단 = 2020 도쿄올림픽 역도 경기가 열리는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장내 아나운서가 유쾌한 목소리로 '새로운 올림픽 기록이 탄생했다'고 외친다.26일에 열린 역도 여자 55㎏급 A그룹 경기에서도 8개의 올림픽 신기록이 탄생했다.

도쿄올림픽 역도 첫 경기였던 여자 49㎏에서 8개, 남자 61㎏급에서 2개, 남자 67㎏급 3개의 올림픽 신기록이 작성되는 등 4체급 경기가 열리는 동안 올림픽 기록이 21개나 나왔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역도 선수들의 기량이 급상승한 것일까.실상은 정반대다.

올림픽 신기록 탄생의 이면에는 '과거 약물로 만든 어두운 기록과 추잡한 역사를 자연스럽게 삭제하려는 국제역도연맹(IWF)의 검은 의도'가 있다.

도쿄올림픽 역도에는 총 14개의 금메달이 걸렸다.남자 61㎏급, 67㎏급, 73㎏급, 81㎏급, 96㎏급, 109㎏급, 109㎏급 이상 등 7체급, 여자 49㎏급, 55㎏급, 59㎏급, 64㎏급, 76㎏급, 87㎏급, 87㎏급 이상 등 7체급, 총 14체급이 열린다.

14체급 모두 '올림픽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체급'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역도 정식 종목은 총 15개였고, 체급은 남자부 56㎏급, 62㎏급, 69㎏급, 77㎏급, 85㎏급, 94㎏급, 105㎏급, 105㎏이상급(8개 체급) 여자부 48㎏급, 53㎏급, 58㎏급, 63㎏급, 69㎏급, 75㎏급, 75㎏이상급(7개 체급)이었다.그러나 IWF는 2018년 10월 남녀 8체급을 남녀 10체급씩으로 재편했다.

남자부 55㎏급, 61㎏급, 67㎏급, 73㎏급, 81㎏급, 89㎏급, 96㎏급, 102㎏급, 109㎏급, 109㎏이상급, 여자부 45㎏급, 49㎏급, 55㎏급, 59㎏급, 64㎏급, 71㎏급, 76㎏급, 81㎏급, 87㎏급, 87㎏이상급으로 체급을 세분화했다.

IWF는 체급 재편 이유를 "선수들의 체격이 더 좋아지면서 최중량급 기준을 높여야 했다.

역도의 대중화를 위해서 체급을 더 세분화하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체급 재편의 실제 이유는 '도핑으로 만든 기록을 삭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2009년부터 2019년 사이 주요 국제대회에서 제출한 역도 선수들의 도핑 테스트 샘플을 재조사했다.

당시 '반도핑 기술'로는 잡아내지 못한, 금지약물 복용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08년 베이징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60여 건 등 총 600여 건의 금지약물 복용 사례를 '사후 검사'에서 적발했다.

여기에 IWF에서 장기 집권했던 타마스 아얀 전 회장이 특정 국가의 도핑 테스트 위반 혐의를 눈감아주고, 뇌물을 받은 의혹까지 불거졌다.

아얀 회장은 불명예 사퇴했다.

IWF조차, 과건 선수들이 만든 기록을 믿지 못한다.
IWF가 내놓은 '아이디어'는 체급 재편이었다.

금지약물 복용 의혹이 가장 많이 불거진 남자 77㎏급을 '과거의 종목'으로 만들어 버리고, 73㎏급과 81㎏급을 신설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77㎏급 기록을 '과거의 것'이 됐다.

IWF는 '새로운 종목' 73㎏급과 81급의 '세계 기준 기록'과 '올림픽 기준 기록'을 임의로 정했다.

이 기준 기록을 넘어서면 '신기록'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각국 역도연맹도 체급 재편에 따라 '국가 기준 기록'을 따로 만들었다.

신기록이 조명받아, 과거의 기록을 최대한 빨리 지우고 싶은 마음에 '기준 기록'의 높이도 낮췄다.

여자 55㎏ 올림픽 기준 기록은 인상 98㎏, 용상 122㎏, 합계 220㎏이었다.

이날 우승 경쟁을 펼친 하이딜린 디아스(필리핀)와 랴오추윈(중국)은 용상 2차 시기부터, 용상과 합계 올림픽 기록 경신 행진을 벌였다.

인상에서 올림픽 기록을 세운 무아타 나비에바(우즈베키스탄)는 합계에서는 4위에 그쳐 시상대에 서지도 못했다.

도쿄올림픽에서 쏟아지는 '신기록'이 오히려, 역도 기록을 향한 신뢰를 떨어뜨린다."역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경고의 강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