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크랩 "에어비앤비 발굴한 美 YC처럼... 스타트업 동반자 될 것" [한국의 유니콘메이커]
입력
수정
[마켓인사이트]≪이 기사는 07월23일(06:0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한국의 와이콤비네이터'라는 말도 좋지만, 저희는 스파크랩 그 자체로 불리고 싶습니다."김유진 스파크랩 공동대표(사진)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스타트업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1세대 액셀러레이터(AC)
설립 3년 미만 초기 스타트업 지원
150곳 이상 스타트업 육성
스파크랩은 국내 1세대 액셀러레이터(AC)다. AC는 스타트업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도와주는 기관을 말한다. 언뜻 벤처캐피털(VC)과 비슷해 보이지만 VC보다 더 초기 단계의 회사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 투자와 같은 재무적 지원 뿐만 아니라 사업에 필요한 장비나 장소, 교육 시스템 등을 제공한다는 점 등이 다르다. 통상 시리즈 A 단계 투자 이전인 시드(Seed) 투자에 참여한다. 국내에서는 퓨처플레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본엔젤스 등이 스파크랩과 함께 주요 AC로 알려져 있다.
스파크랩은 국내에서 AC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2012년 사업을 시작했다. 세계 최대 AC인 와이콤비네이터(YC)의 모델을 들여왔다. YC는 에어비앤비, 트위치, 도어대시, 드롭박스와 같은 회사를 배출했다. 김 대표는 "YC처럼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AC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스파크랩은 1년에 두 번씩 3개월간 지원받을 스타트업을 선발한다. 2012년 겨울 1기를 시작으로 올 여름 17기째를 맞았다. 지금까지 150곳 넘는 회사들이 스파크랩의 선택을 받았다. 지금까지 스파크랩이 키워낸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를 모두 합치면 3조원이 훌쩍 넘는다.
선발된 스타트업에게는 5000만~1억원의 초기 자금을 투자한다. 또 서울 역삼동 건물에 무료 사무공간을 제공한다. 각종 어려움을 같이 논의할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멘토를 4~6명씩 매칭해주기도 한다. 김 대표는 "전문가로 구성된 멘토와 동고동락하며 얻은 값진 경험이 스타트업들에게는 짧은 시간 안에 양적·질적 성장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지원 프로그램의 백미는 마지막날 진행되는 '데모 데이'다. 데모 데이에 각 스타트업들은 수많은 투자자가 모인 가운데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피칭'한다. 이날 무대에 서기 위해 스타트업 대표자들은 공들여 발표 연습을 한다는 설명이다. 그간 데모 데이에서는 최태원 SK 회장,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코리안 메이저리거' 박찬호 등이 깜짝 연사로 등장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투자자·언론인·예비창업자 등 수천 명이 모이는 데모 데이는 스타트업계 '축제의 장'인 셈"이라고 했다.스파크랩을 거쳐간 스타트업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1기 '졸업생'인 뷰티 스타트업 미미박스(MBX)는 2014년 YC의 눈도장을 받고 누적 15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5기 졸업생 인공지능(AI) 기반 채용 매칭 플랫폼 원티드랩은 한국거래소에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해 기업공개(IPO) 절차가 진행 중이다. 맛집 정보 검색 플랫폼으로 유명한 망고플레이트도 스파크랩의 지원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수료한 스타트업 중 80% 가까운 회사가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스파크랩을 이끄는 4명의 공동대표는 모두 스타트업에 몸담았던 경험이 있다. 이날 만난 김 대표는 SK그룹 계열 벤처기업을 거쳐 텐센트코리아, 포도트리(옛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버티고게임즈, NHN 등을 거쳤다. 그러다 보니 창업 초기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극초기 단계 스타트업은 매출과 같은 '숫자'로는 나타낼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며 "실제로 스타트업을 겪어본 입장에서 더 잘 조언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비 창업가들에게 "희생할 준비가 된 자만 창업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누구에게나 다 창업을 추천하는 건 아니다"라며 "낮은 연봉과 고된 업무를 각오하는 한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만이 성공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파크랩은 한 단계 더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해외로 발을 넓히는 게 목표다. 이미 중국·대만 등에서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호주에도 푸드테크(음식+기술) 기업 중심의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앞으로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도 무대를 확장할 계획이다. 인도 시장도 주요 타깃이다.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스타트업의 길잡이로 자리매김한다는 포부다.
김유진 공동대표는
△1977년 출생
△1999년 미시간대 경제학·철학 학사
△2000~2012년 더컨텐츠컴퍼니, NHN USA 현지화 본부장 및 매니저, 텐센트코리아 해외사업실 총괄, 버티고게임즈 해외사업본부장, 포도트리 사업개발부문 이사
△2013년~ 스파크랩 공동대표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